의혹 점증하는 부실 인사 검증 책임자 조국
‘제 눈의 들보’ 안 보거나 못 보는 문재인 정부
정권 아닌 국민 시선으로 조국 사태 주시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면서 최근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파격과 참신함이 돋보인 첫 인사를 빼곤 1기 내각 구성이 195일 만에 완료된 조각(組閣) 과정부터 줄곧 지난했다. 개각 때마다 인사 검증 논란으로 야권의 책임자 교체 요구가 거셌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책임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조 후보자의 부실 검증 책임은 상당하다. 초기에는 ‘준비 없이 출범한 정권’이라는 정상참작 요소라도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1월 ‘7대 기준’ 수립 이후 불거진 부실 검증은 ‘엄정한 검증’ ‘부적격자 인사 배제’라는 대통령 공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증 문턱은 되레 낮아졌고, ‘우리 편’ 인사에 대한 아전인수식 검증 기준 해석과 적용으로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 자녀 황제 유학, 다주택 보유를 7대 기준 밖의 문제라고 해 ‘서민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샀다.

현 정부의 인사 문제는 기실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이념ᆞ진영 논리로 고착화한 정치권의 편 가르기 문화가 결합해 파생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엄정한 인사 검증을 약속했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당시 만든 검증 매뉴얼을 이후 정권이 제대로 따랐다면 밀실 인사 논란은 없었을 거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ᆞ주식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 공직 배제를 공약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는 달랐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수준과 기준에 대한 국민 기대는 높아졌는데, 검증 잣대와 실제 적용은 물렀다. 일차 책임은 후보자에게 있지만 대통령 인사권 훼손을 의식해 7대 기준을 불법ᆞ위법 경력을 거르는 데만 소극적으로 활용한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이 더 컸다. 고위 공직자라면 응당 갖춰야 할 도덕성 문제 전반을 촘촘히 검증하지 않은 후과는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조 수석이 과연 직을 걸고 충언을 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조 후보자에게도 한계는 있었을 것이다. 인재 풀(Pool)을 넓게 쓰라는 고언은 첫 인사 참사 이후 계속 제기됐다. 이념ᆞ진영 논리보다 능력과 식견, 경험을 사라는 의미였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며 탕평 인사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약속 이행은 별반 이뤄지지 않았다.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 찾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인선 결과만 보면 과연 역량 중심의 발탁 노력이 있었는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 사람’ ‘써 본 사람’ ‘믿는 사람’에 의지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고려됐을 것이다. 여기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 당사자인 류재용 경남대 교수의 증언(한국일보 19일자)대로, ‘우리 편’ 여부를 따지는 ‘코드 인사’ 성향이 정권 내부에서 굳건히 작동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버무려지면서 ‘제 눈의 들보들’을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넘어가야 했던 것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조 후보자 관련 의혹으로 중대 위기다. 청와대는 정면 돌파 방침이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은 늘 인사청문회를 정권 흠집내기에 적극 활용해 왔다. 이번에도 호락호락 넘길 태세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여야 모두 명운을 걸고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시기 아닌가.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이든, 임명 철회든, 자진 사퇴든 정치적 후폭풍은 피할 수 없다. 어떤 경우도 ‘문재인표 개혁’의 핵심인 검찰 개혁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하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국당의 도 넘은 정치 공세는 분명 문제이나 엄연한 현실이다. 무차별 폭로전이 이어지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하다. 정권 내부의 인사 적폐 문화 청산도 과제다. 그러나 당장은 정권 핵심이 과거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볼지, 현실을 직시할지를 정하는 게 순리다. 자신들의 기준이 아닌 국민의 관점에서 ‘뺄셈의 정치’가 필요한 때가 다가오는지 제대로 살피기 바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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