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제품정보 공개 시행 보류… 식약처 “한일관계 악화로 신중 검토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본 후쿠시마(福島)산 제품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본보 2월 27일 보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개월째 아무런 관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국민의 방사능 식품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도 주무 기관인 식약처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한국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식품안전나라 후속 대책’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후쿠시마산 제품 정보 공개 시행을 보류한 상태다. ‘식품안전나라’는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 정보 인터넷 포털로, 식약처는 올해 4월부터 일본산 식품 생산 업체의 소재 지역을 현(한국의 도에 해당) 단위로 식품안전나라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지난해 12월 한 대형마트가 후쿠시마산 라면의 원산지를 숨기고 판매해 논란이 된 이후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식약처는 ‘적극 대응’에서 ‘무대응’으로 기조를 바꾼 이유에 대해 ‘한일 관계가 악화된 와중에 또 다른 갈등 요소를 만들지 않으려는 결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식약처는 장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놓고 일본이 제기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 결과와 최근 한일 관계 환경 변화에 따라 (후쿠시마산 식품 정보 공개 정책 시행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지난 4월 WTO 소송에서 예상을 깨고 승소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계속 제한할 수 있게 된 만큼, 당장 정보 공개까지 가지 않겠다는 ‘외교적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가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 국민과의 약속을 보류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WTO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 정보 공개 여부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4월 이후엔 관련 합동부처 회의 등이 열리지 않았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