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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행기, 청소 파업 해결해야 제 시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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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행기, 청소 파업 해결해야 제 시간 뜬다”

입력
2019.08.23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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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파업 한 달… 15분 이상 지연 출발 15% 증가해

192명 “체불 10억 달라” 시작… 사측 손배소·다른 노조와도 갈등

대한항공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 130여명이 지난달 23일부터 파업을 하면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제공
대한항공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 130여명이 지난달 23일부터 파업을 하면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제공

여름휴가철인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대한항공의 지연 출발이 자주 발생했다. 이 기간(7월24일~8월11일 기준) 15분 이상 지연된 경우가 하루 평균 91편으로 직전인 7월초(7월 1~19일) 평균(69편)보다 15%나 증가했다. 무슨 사정이 있었던걸까.

지난달 23일부터 이곳에서 항공기를 청소하는 노동자 130여명이 체불임금 지급, 휴게시간 확보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이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규정(국제선 60분 초과 등)에 따른 지연은 하루 평균 14편 정도로 파업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지만, 전체 청소노동자 3분의 1 가량이 일손을 놓은 공백이 없을 순 없다.

파업 한 달을 맞으면서 노동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죠. 보험료, 병원비, 집 대출금 등 매달 나가는 돈이 있는데 200만원가량 하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 결국 보험계약대출을 받았습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인 정광순(57)씨는 당장 다음달 생활비부터 걱정이다. 모아둔 돈도 바닥이 났다. 노사 교섭은 진척이 없어 일터로 돌아갈 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도 없다.

노사대립의 불씨가 지펴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정근수당, 교통비 등 체불 임금(192명ㆍ약 10억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케이맨파워㈜ 소속 청소노동자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한국공항지부)가 부분파업을 벌였다. 올해 3월까지 진행된 파업에 대해 사측이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총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갈등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노조는 결국 소송취하를 요구하며 지난달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원청인 한국공항은 물론 그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태일 노조 지부장은 “파업이 시작한 후 사측과 제대로 대화도 아직 못해봤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3일에는 청와대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공항 측은 “하청업체 문제로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과 교섭이 풀린다고 해도 노노갈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케이맨파워㈜의 다른 노동자 200여명이 속한 한국노총 전국연합노조연맹 인천공항캐빈노조(캐빈노조) 측은 장기파업으로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부담이 늘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캐빈노조는 8월부터 대표노조가 한국공항지부에서 자신들로 바뀌었다며 이번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이상 기내 청소를 해 온 캐빈노조 조합원 장옥순(가명ㆍ58)씨는 “파업 전에는 두 노조 간 사이가 좋지 않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몸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공항지부는 캐빈노조를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면서 수적으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주장한다.

노사ㆍ노노 갈등이 얽혀있어 교섭을 중재해야 할 고용노동부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파업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불법으로 결론을 내리면 사 측의 대체인력 고용이 가능해 업무가 정상화되겠지만, 한국공항지부의 파업은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 합법 결론이 나면, 파업 장기화로 항공기 지연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민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은 “문제가 해결돼 파업이 풀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노사대화의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노노갈등도 있어 중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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