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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공약에 반발…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정책도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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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공약에 반발…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정책도 재탕”

입력
2019.08.22 09:00
수정
2019.08.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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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하겠다면서 낸 정책공약은 정신질환자를 위험인물로 묘사하는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담았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을 겁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필요한 인격체가 아닌 사법적 관리대상으로 보는 프레임과 정책 제안들을 재탕했을 뿐입니다. 참모들이 만든 문건이겠지만 본인도 내용을 봤을 텐데 참담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당사자단체 파도손(약칭) 박환갑 사무총장의 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내놓은 일종의 정책공약집인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을 두고 정신질환자 당사자 단체들이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문구가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유일한 정책마저 사회복지사 등 복지현장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내놓은 ‘다짐’ 중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공약은 두 번째 항목이다.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 치료하여 국민들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부터 차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이나 진주 참사처럼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증 정신질환자는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 범죄를 저지르기보다 오히려 피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는 것이 그들을 가까이서 접하는 의료계와 사회복지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국민들 일상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진한 글씨로 강조해 처리할 정도로 정신질환자와 범죄 위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 이는 자칫 ‘중증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일반화시켜 차별적이며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위험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의 대표격인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국민들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표현 자체가 정신질환자를 국민과 다른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를 반복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진주참사 등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조 후보자의 표현은 편견을 막기보다 부풀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박환갑 사무총장은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막을지는 논의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만 특정 계층을 골라서 말하는 것 자체가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라고 평가했다. 권오용 카미(약칭) 대표 역시 “정신질환자라서 범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중 정신질환자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의사들도 인정한 바인데 이런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발표한 ‘다짐’ 중 정신질환 범죄 예방 부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발표한 ‘다짐’ 중 정신질환 범죄 예방 부분.

다짐에 담긴 정책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보를 지역 내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질환계의 보건소)에 공유하겠다는 핵심인데 정신센터 종사자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사안이다. 진주참사 이후로 업무량이 급증했지만 정신센터 인력은 그대로여서 업무 부담만 많아졌기 때문이다. 채용 공고를 내도 열악한 처우 때문에 정신센터 근무를 기피해 몇 달씩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본보 7월 1일자 보도)이다. 이는 복지부도 인정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법적근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일부 보호관찰소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정신질환자의 정보를 정신센터에 제공해왔지만 이마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정신센터와 복지부가 정보공유 방안을 원칙적인 선에서 받아들이긴 했지만, 당장 법무부가 넘기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조차 논의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정보공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는 지역 정신보건 인프라에 예산을 투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법과 제도만 만들겠다고 각계가 나서는 상황이다. 광주지역의 정신보건사업 조정을 총괄하는 김성완 광주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정보를 연계하는 식의 법만 자꾸 만들어 봐야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오용 대표는 “현재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에는 정신과 의사는 몇 명 없는 상황에서 1,000여명의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저 갇혀만 있다”며 “이러한 수용화 문제, 실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왜 조 후보자가 하지 않는가”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차별을 부추기는 듯한 문구로 다짐을 밝힌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교수는 “세부적인 안건에 대한 의견은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우려가 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문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이나 기존에 법무부가 해왔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이 가족 문제로 시끄러운 시점에 이러한 공약을 내놨다는 것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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