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금융기관의 계좌나 대출 조건 등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모든 은행의 계좌이체 시스템을 개방하는 금융당국의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시행을 앞두고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기업 고객이 여러 은행 계좌를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전(全) 은행 계좌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나은행의 기업 인터넷뱅킹 고객은 국내 19개 은행의 자유 입출금 계좌 잔액과 거래내용을 조회할 수 있고, 여러 은행에 흩어진 자금을 계좌 하나로 모을 수도 있다. 은행 계좌들의 일별 잔액 출력도 가능해 기업 자금담당자의 업무 경감 효과도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대부분 기업 고객이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점을 감안해 개인 고객 대상의 계좌 통합관리 서비스를 기업 고객에게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지난 6월말 개편된 모바일 뱅킹 앱을 출시하면서 ‘스크래핑’ 방식을 통해 고객이 보유 중인 모든 은행의 예금, 대출, 펀드, 신탁 등 금융상품 정보와 입출금 통장 거래내역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은행권 ‘통합계좌정보’ 서비스를 탑재했다. 스크래핑은 고객이 인증 정보를 제공하면 컴퓨터가 금융기관, 대법원 등 시스템에 접속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를 모아 가공하거나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토스ㆍ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 중인 서비스를 은행 앱이 같은 방식으로 구현했다.
KB금융은 지난달 그룹 통합 신용대출 플랫폼 ‘KB 이지대출’을 ‘리브메이트’ 앱에 개설했다. 2금융권(카드ㆍ캐피탈ㆍ저축은행) 계열사만 모아놨던 원클릭 대출조회 서비스에 가계대출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도 포함시켜 신용대출의 금리와 대출한도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대출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는 조만간 시행될 오픈뱅킹에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차원이다. 당국은 오픈뱅킹을 10월 시범 도입하고, 12월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은행 별로 일일이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한 개 은행 앱이나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의 앱에 자신의 모든 은행계좌를 등록해 결제ㆍ송금ㆍ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고객이 선택한 앱 하나만 살아남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먼저 출시하면 고객에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며 “진작부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해 온 핀테크 업체와 비교해 부족한 점을 파악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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