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근로자의 63.4%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매년 오르는 호봉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요 대기업 10곳 중 8곳은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서치앤리서치’ 의뢰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체계 현황 및 개편방향’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 근로자 중 63.4%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호봉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반면 직무 성격 및 난이도에 따른 직무급을 받는 근로자는 18.5%, 근로자의 능력, 숙련 정도 등에 따른 직능급을 받는 근로자는 16.4%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에 소정 근로시간 외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응답기업의 79.2%가 ‘임금체계를 개편’(63.4%)했거나 ‘개편을 위한 노사 협의 또는 검토’(15.8%)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 개편한 곳은 전체 응답 기업의 44.2%였고, 시행령이 개정된 후 개편을 완료한 곳은 19.2%였다.
최저임금 시행령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최저임금 위반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통상임금 확대로 이어져 인건비 부담 가중’(50.5%),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조의 반대’(18.6%) 순으로 애로사항을 꼽았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컨설팅 및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37.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업종‧직무별 시장평균임금, 임금체계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28.3%),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23.3%) 순으로 응답했다.
주요 대기업 중 67.5%는 올해 임금체계와 관련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으로 ‘성과 중심 보상체계 확대’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임금 연공성 완화’(23.3%), ‘임금 구성 항목 간 통폐합ㆍ간소화’(23.3%), ‘업무의 중요성ㆍ난이도를 임금에 반영’(22.5%)이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나왔고, ‘상여급 지급주기 분할’(15.8%)을 꼽은 기업도 있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때문에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개편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라며 “호봉급 위주의 임금체계에서 생산성에 기반한 직무‧직능급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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