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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0만 미국 시청자 사로잡은 복면가왕, 처음엔 퇴짜만 맞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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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0만 미국 시청자 사로잡은 복면가왕, 처음엔 퇴짜만 맞았죠”

입력
2019.08.21 16:40
수정
2019.08.22 10: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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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스크드 싱어’로 시청률 대박 낸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대표

미국 FOX TV '더 마스크드 싱어'의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가 2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북미 포맷시장의 미래와 협력모델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미국 FOX TV '더 마스크드 싱어'의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가 2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북미 포맷시장의 미래와 협력모델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총 시청자 5,400만명.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용에 익숙해졌던 미국인이 TV 앞에 다시 모여들었다. 미국 NBC ‘더 보이스’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인 18.49%를 기록했을 정도다. 프로그램 이름은 ‘더 마스크드 싱어’. MBC ‘복면가왕’ 미국판이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더 마스크드 싱어’는 다음달 시즌2가 방송된다. 시즌3는 내년 2월 미국프로풋볼(NFL) 제54회 수퍼볼 경기 직후에 편성될 예정이다. 수퍼볼 생중계는 전 세계 1억명이 시청한다.

대성공을 거둔 ‘더 마스크드 싱어’ 뒤에는 제작자인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가 있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와 ‘딜 오어 노딜’ 등 유명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 이유로 보편성을 꼽았다. 복면(가면) 속 가수를 추리하는 재미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여느 프로그램과 달리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몰이에 한몫 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참석 후 가진 인터뷰에서 “(‘더 마스크드 싱어’는)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서 함께 TV를 볼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모든 문화권의 시청자가 좋아하는 추리게임과 화려한 볼거리, 훌륭한 음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이 에이전시 도움 없이 미국에 직접 수출된 것은 ‘복면가왕’이 처음이다. 플레스티스 대표가 MBC를 찾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판 ‘복면가왕’은 우연으로 시작됐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태국 식당에서 가족과 식사하다가 우연히 태국판 ‘복면가왕’을 봤다. 이후 FOX TV를 비롯한 미국 주요 방송사에 편성을 제안하기까지 기간은 불과 4일이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여러 방송사를 돌아다녔지만, FOX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는 이 포맷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많은 제작사가 특정 국가나 시청자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차별화를 위해선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월 방송 예정인 미국 FOX '더 마스크드 싱어' 시즌2 포스터. 스마트독미디어 제공
9월 방송 예정인 미국 FOX '더 마스크드 싱어' 시즌2 포스터. 스마트독미디어 제공

위험 부담이 상당히 컸다. 제작비가 우선 높았다. 출연자가 가면만 쓰는 ‘복면가왕’과 달리 ‘더 마스크드 싱어’의 출연자는 온 몸을 감싸는 탈을 착용한다. 의상 한 벌에 많게는 5만달러(약 6,014만원)가 투입된다. 미국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기에 출연자 섭외에도 수 개월이 걸렸다. 첫 방송 직전까지만 해도 ‘더 마스크드 싱어’ 성공 가능성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FOX의 지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오리지널 포맷의 힘을 믿었다”며 “미국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포맷의 프로그램이었기에, 분명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 마스크드 싱어’는 TV가 아직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주요 지상파 방송사인 KBS와 MBC는 1,000억원 안팎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시장 진입 등으로 방송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플레스티스 대표는 TV의 힘을 믿는다. 그는 “TV는 여전히 가능성 있는 플랫폼이고, 넷플릭스가 TV보다 우위에 서서 전 세계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천편일률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포맷 수입도 한 방법이나, 이 경우 한국만의 특색이 추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BCWW를 찾았다. 그만큼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높다. 기회가 된다면 나라 별 ‘복면가왕’ 우승자들을 모아 왕중왕전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첫 방송한 독일판도 성공을 거뒀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 ‘복면가왕’ 포맷은 40여개국에 수출돼, 태국과 미국, 독일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처음 제작을 시작할 때 ‘더 마스크드 싱어’가 시즌3까지 방송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운 좋게 시즌1이 성공을 거둔 덕에 출연자 섭외도 더욱 쉬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2에는 예상치 못한 거물급 인사가 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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