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콘테(가운데) 이탈리아 총리가 20일 상원에서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위기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EPA 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1년 2개월간 위태롭게 이어져 온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간 연립정부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콘테 총리는 이날 로마의 상원 의사당에서 진행된 현 정국에 대한 연설에서 “현재 겪고 있는 연정의 위기로 이탈리아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며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안으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 사임 사실을 알리겠다”며 “이제 공화국 대통령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동맹을 이끌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오성운동과의 연정 파기를 공식화하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고 이후 이탈리아 정계는 격랑에 휘말렸다. 살비니 부총리는 내각 불신임 동의안도 제출했지만 13일 상원 표결에서 제동이 걸렸다.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일제히 반대표를 행사해 부결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날 상원 연설에서 콘테 총리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살비니 부총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살비니 부총리는 속한 정당과 그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왔다”며 “그의 결정은 결국 이 나라를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스스로 총리에 오르기 위해 이탈리아의 정치ㆍ경제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무명 법학자 출신인 콘테 총리는 연정을 맺은 두 정당 중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고 정치경험이 전무해 그간 아무런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총리’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콘테 총리가 예상대로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탈리아 정치권은 마타렐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각 구성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 복구나 새 내각 구성 모두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결국 조기 총선을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총선이 치러진다면 시기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에 이어 연단에 선 살비니 부총리는 “조기총선 실시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연정의 위기를 일으킨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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