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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선거 촉구’ 러 한 달째 시위… 근원은 쓰레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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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선거 촉구’ 러 한 달째 시위… 근원은 쓰레기 시위?

입력
2019.08.20 18:16
수정
2019.08.20 21: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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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모스크바 시내에 모여든 시위대가 다음달 초 있을 모스크바 시의회 의원 선거와 관련한 공정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지난 10일 모스크바 시내에 모여든 시위대가 다음달 초 있을 모스크바 시의회 의원 선거와 관련한 공정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 4주째였던 지난 10일에는 6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 추산 2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2011년 부정 선거 비판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의 배경은 표면적으로 러시아 선거 당국을 향한 공정선거 촉구다. 러시아 정부가 다음달 8일 진행되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 대해 “근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되찾는 투쟁”(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연구원)이라는 외신의 분석이 잇따른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북부를 중심으로 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촉발돼 올해 초까지 이어진 일명 ‘쓰레기 시위(Garbage Protest)’와 연결해 장기 집권 중인 푸틴 정부 체제에 대한 불만과 위협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쓰레기 문제로 불거졌던 시위가 러시아 전체를 흔드는 대규모 위협으로 확대될 수 있었을까.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시위 장기화 사태가 2015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정부에 쓰레기 수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된 ‘유 스팅크(You Stinkㆍ냄새나)‘ 시위에 비견할 만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시 레바논 정부가 쓰레기 매립장 폐쇄 후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해 한 달 가까이 쓰레기를 방치하면서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가을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에 쓰레기 매립장 ‘시에스’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불투명한 계획과 유해가스에 대한 대비 부족 등을 들어 반발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30여개 지역민들이 ‘러시아는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전국적인 시위에 나섰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96%의 쓰레기를 매립하고 단 4%만 재활용한다. 매년 7,000만톤에 이르는 쓰레기가 주거지 인근에 매립되는데 이 같은 쓰레기 매립지 규모가 키프로스섬의 4배 이상이다.

이 중 러시아 인구의 10% 미만이 거주하는 모스크바는 90%의 쓰레기를 주변 매립지로 보낸다. 아울러 모스크바의 쓰레기를 보내는 주요 매립지는 이미 계획된 용량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3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지역 쓰레기 매립장에서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해 어린이 수십 명이 병원을 찾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WP는 러시아의 시위 장기화 국면에 대해 “시민들이 생태 문제도 정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공공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이 정치 변화에 대한 요구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쓰레기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부정부패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최근의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2018년 국제 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레바논과 러시아의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공동 138위로 모두 하위권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결국 시에스 건립 계획을 중단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시위를 ‘지역적 분쟁’이라며 단 한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쓰레기 시위를 언급한 최근 기사에서 “본질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정치 지배 구조가 흔들린다는 의미”라며 “크렘린궁은 새로운 종류의 정부 비판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까지 80%를 웃돌다 최근 60%대로 떨어진 상태다.

러시아의 공정선거 요구 시위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거론하자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를 이야기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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