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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평등” 외쳤지만… 부메랑 되어 꽂힌 조국의 오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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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평등” 외쳤지만… 부메랑 되어 꽂힌 조국의 오럴 해저드

입력
2019.08.21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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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 시절 언론ㆍ트위터 통해 권력 매섭게 비판하며 명성 

 청문회 앞두고 각종 의혹 증폭… “솔직하지 못한 입이 화를 초래”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11년 1월 17일 서울대에서 "이념을 넘어 상식, 성찰과 혁신이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11년 1월 17일 서울대에서 "이념을 넘어 상식, 성찰과 혁신이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 ‘권력’을 매섭게 비판했다. 언론과 트위터 등을 통해 쏟아낸 날카로운 말들은 그에게 명성을 안겼지만, 인사 검증대에 오른 이후엔 조 후보자 본인을 아프게 찌르는 ‘칼’이 되고 말았다.

그간 말과 글에 투영된 조 후보자의 모습은 도덕적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과정의 평등’과 ‘공직자의 무결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그의 말과 실제 삶이 달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이중성은 요약하자면 ‘오럴 해저드(Oral hazard)’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빗댄 말로, 조 후보자의 경솔한 ‘입’이 화를 초래했다는 뜻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3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들은 ‘용’으로 키우기 위해 애썼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07년 “유명 특목고가 입시명문 고교 기능을 하고 있다”는 글을 썼지만, 딸과 아들은 모두 서울 소재 외고에 보냈다. 딸이 외고 졸업 후 이공계 대학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을 놓고 ‘강남 부유층 스타일의 진학 코스’라는 얘기도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오럴(Oral) 해저드’ 대표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오럴(Oral) 해저드’ 대표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장관(급)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전력이 밝혀진 것을 놓고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분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1년 전 부산에 살던 조 후보자가 부인, 아들은 놔두고 초등학교 취학 연령인 딸과 함께 서울 송파구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학교에 배정받기 위한 위장전입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을 시행한 2012년 4월 조 후보자는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딸은 부산 의전원 재학 시절 두 차례 낙제를 하고도 2016년부터 3년간 6학기에 걸쳐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았다. 더구나 조 후보자는 최소 50억원대의 자산가다. 조 후보자의 글에 따르면, ‘받지 말아야 할’ 장학금이었던 셈이다.

조 후보자 딸은 고교생이던 2008년 단국대에서 2주간 인턴을 한 뒤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직업적 학인이 아닌 사람의 논문도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2012년 4월 트위터)는 조 후보자의 소신과 어긋난다. 조 후보자 딸이 의학논문 등재 실적을 대학입시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오르내린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부정 채용 스캔들이 터졌을 때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의 자식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있다”며 이들을 ‘똥돼지’에 비유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바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대한민국은 어린이에게 주식ㆍ부동산ㆍ펀드 투자를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의 자녀들은 학생 신분이던 2017년 사모펀드에 7억원 투자를 약정했고, 실제 1억원을 투자했다.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 폴리페서들을 여러 차례 비판했지만, 자신은 서울대 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데 이어 법무부 장관 취임을 기대하고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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