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빌어달라” 문자 뒤 연락 두절
주 홍콩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공무 상 중국을 방문했다가 홍콩으로 복귀하던 중 실종됐다고 홍콩의 온라인 매체 ‘홍콩01’과 영국 BBC 등이 20일 보도했다. 홍콩시민들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놓고 중국과 영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터진 사건이어서 주목된다.
홍콩01은 “홍콩의 영국 총영사관 직원인 사이먼 쳉(28)이 지난 8일 홍콩 접경 지역인 중국 선전(深圳)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연락이 끊겼다”고 여자 친구인 ‘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총영사관 스코틀랜드 국제발전국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쳉은 8일 정오쯤 비즈니스 회의 참석을 위해 선전에 갔으며 이날 밤 10시 리에게 ‘(홍콩 복귀를 위해) 고속철에 탔다’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행운을 빌어달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열흘 넘게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친구 리는 중국과 홍콩 간 경계를 통과하고 있는 지점에서 마지막 문자를 보낸 점을 거론하면서 쳉이 웨스트카오룽(西九龍) 역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혔을 것으로 추측했다. 웨스트카오룽 역은 중국과 홍콩 간 출·입경 관리소가 있는 곳으로 중국법이 적용된다.
패스트푸드 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쳉은 최근에야 영국 총영사관에 취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는 “결혼을 약속한 그에게 대만에서 살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홍콩을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당국이 쳉을 체포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관련 상황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국 철도공안국도 “지난 8, 9일 웨스트카오룽 역에서 체포된 사람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새벽 홍콩 시내에서는 20대 여성 2명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칼에 찔려 크게 다치는 일도 발생,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홍콩 시민들이 시위 지지 편지를 붙여놓은 ‘레넌벽’(連儂牆) 앞에서 시위에 대해 대화하다 습격을 당했다. 비명소리에 달려온 남성 1명도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고, 용의자는 도주한 상태라고 홍콩01은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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