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노환중 원장 관련 문건 입수… 올해 초 선출 과정서 의혹 파다 
 내부자 작성 추정 투서 문건엔 ‘특혜성 장학금’ 등 해명 요구 
 노 교수 최종 후보에 못들고 탈락… 부산시장 임명 의료원장에 낙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채무면탈 의혹에 이어 사모펀드 투자,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독식 및 외국어고 재학 중 논문 1저자 등재 등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홍인기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에게 특혜 장학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도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의 도움으로 부산대병원장에 내정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과 병원에서는 조 후보자와 지도교수의 커넥션 의혹을 거론하는 투서와 함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에게 지도교수의 병원장 직행을 저지해 달라는 취지의 질문지까지 작성해 반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대 의전원 및 병원 내부의 반발과 각종 투서가 조 후보자에게 직접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조씨에 대한 특혜 장학금 지급 및 조 후보자와 지도교수의 커넥션에 대한 대학 내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았음이 확인되는 셈이다.

한국일보가 20일 입수한 ‘조국 민정수석님에게 꼭 물어봐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A4 용지 5장짜리 문건에는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 시절 낙제생인 조씨에게 ‘황제장학금’을 지급하며 사실상 관리했다는 내용(한국일보 19일자 1면)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와의 ‘관계형성’을 바탕으로 부산대병원장에 응모했으며 학내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A4 용지 3매짜리 투서도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올해 초 노 원장이 부산대병원장 선임에 응모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전원 학생 및 교수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문건 작성자들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지며 당시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의전원에서 겨우 겨우 공부를 따라가고 있는 따님의 지도교수가 대표로 있는 장학기금에서 성적이 안 되는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수여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면서 “교내에서 동료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문제 제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사실 여부를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문건에는 “불공정한 장학금 수여 등으로 인해 조 수석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고, 조 수석의 의견으로 부산대 병원장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게 됐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문건 말미에는 “부산대 병원장 임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조 수석이 있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많은데, 이것이 정말로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조씨의 장학금 내용과 학점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건은 “노 교수가 예전부터 조 수석의 딸과 어머니를 별도로 잘 챙긴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면서 조 후보자의 모친인 박정숙(81) 웅동학원 이사장의 인연도 언급했다. 부산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산대 간호대 졸업생인 박이사장과 노 원장의 인연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간호대 고위 관계자는 “노 원장이 양산대병원장이었을 때 공식 행사가 열리면 박 이사장이 참석하곤 했다”면서 “박 이사장이 미술 전시회를 마치고 병원 측에 자신의 그림을 기증하곤 했다”고 말했다.

당시 부산대 병원 및 의전원 내부에서는 투서에 포함된 의혹이 상당히 널리 알려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대 학보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학생들이 이용하는 비공개 게시판에 조 후보자 딸의 의전원 성적, 장학금 등 특혜 관련한 글들이 있었으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부산대 의대에서 중요 보직을 맡았던 A교수는 “노 원장이 부산대 병원장에 지원했을 때쯤 문건의 내용을 접했다”며 “이 문건이 실제 민정수석실에 보내졌던 건지는 알 수 없고, 학생들이 의혹 제기 수준으로 언론사에 보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병원 및 의전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씨의 지도교수인 노 원장이 부산대병원장 선임에 응모하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부산대는 올해 초 전임 병원장의 임기가 만료되자 후임 원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던 노 원장도 후보자로 신청했다. 하지만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대학 내부가 소란해졌다. 당시 복수의 병원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후임 병원장 선임에 핵심적 권한을 가진 부산대병원 이사장이 ‘양산부산대병원 출신 후보자는 본원장을 맡을 수 없다’며 이사들을 설득했다는 사실까지 불거졌다. 이에 양산부산대병원교수회가 “이사장의 태도가 후보자 선출에 관한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부산대병원 이사회가 노 원장을 제치고 부산대병원 본원 소속 교수 2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병원 및 의전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학생들과 교수들은 노 원장의 부산대병원장 직행을 저지하기 위해 황제장학금은 물론 조 후보자와의 커넥션 의혹 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A교수는 “병원장 인선 과정에서 후보자들 간에 서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해 흑색선전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고,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추정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노 원장이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고 탈락하자, 의혹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원장은 이후 부산시장이 임명권을 가진 부산의료원장에 응모해 최종 낙점됐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부산=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