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관계자가 군 가습기살균제 구매·사용 관련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폐질환 등을 유발한 가습기살균제가 군부대에서 12년간 사용돼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부대 최소12곳에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에서 각각 290개, 112개의 살균제를 사용했고,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은 390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군사관학교 등 육해공군 부대 여러 곳에서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수많은 장병들이 노출됐다.

군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후 사용을 중단했다지만, 이후 8년간 관련 사실을 숨겨오다 최근 특조위 조사가 시작돼서야 시인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나타나 2010년 군 복무 중 피부 염증으로 3개월간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했던 이모(30)씨는 그해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당국에 신고했지만 폐손상 4단계 판정을 받는데 그쳤고, 군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는 관련 사망자가 1,400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막대했다. 특조위 조사가 병사들 참고인 진술과 사용ㆍ구매 기록 등을 통해 불과 2개월 남짓 진행됐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면 사용 부대와 관련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특조위도 군 조달시스템 외에 각 일선 부대에서 물품구매비나 운영비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했을 경우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살균제를 사용한 부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역한 장병들은 본인의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사용 실태 파악과 해당 기간 복무했던 모든 장병에 대해 철저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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