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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강의했던 조국, 딸 논문 ‘제1저자’ 논란엔 엉뚱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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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강의했던 조국, 딸 논문 ‘제1저자’ 논란엔 엉뚱한 해명

입력
2019.08.20 13:44
수정
2019.08.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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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후보자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출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8-19(한국일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출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8-19(한국일보)

자신의 딸이 고교생 시절 2주간의 인턴활동만으로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에서 ‘연구윤리’ 강의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생들 앞에서 논문 작성시 엄격한 윤리 준수를 강조했던 조 후보자는 정작 자신의 딸 논문 의혹에서는 고교생 딸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담당한 제1저자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해명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만 관대하다는 이중 잣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08년 서울대에서 ‘진리 탐구와 학문 윤리’라는 강의를 맡았다. 이 강의는 주요 단과대의 12명 교수들이 공동으로 이끌어 가는 수업이었는데, 법대에서는 조 후보자가 강의를 담당했다.

당시 서울대는 황우석 전 수의대 교수의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이 수업을 개설했다. 당시 강의계획(실러부스)을 보면 ‘보고서나 학위논문 표절에 대해 객관적인 분별력과 높은 윤리의식을 함양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바람직한 학문 연구의 자세, 학문 연구의 설계와 수행,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국제적 표준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학생들의 창조적 안목과 능력을 계발’하는 것을 강의 목표로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강의개발자의 한 사람으로 이 수업에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서울대 학보사인 대학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조 후보자는 2007년 10월 이 수업 개설과 관련한 좌담회에 참석해 “(이 강의를 통해) 높아진 학생들의 학문 윤리의식은 그간 관습의 미명 아래 묵인돼 왔던 교수들의 불법적 연구행태 혹은 논문작성 행위에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내 구성원 모두의 학문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식사회니 지식기반경제니 하는 얘기가 많은데, 먼저 지식을 창출하는 환경과 절차가 깨끗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연구 윤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20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서 연구윤리를 강조한 바로 그 해인 2008년 한영외고 2학년이던 조 후보자의 딸은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 가량 인턴을 한 뒤 이듬해 대한병리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이라는 제목의 여섯 쪽짜리 논문에서 조 후보자 딸 이름은 제1저자로 가장 먼저 등장한다. 통상 제1저자는 논문에서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연구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공저 논문이 인용될 때는 저자의 이름이 ‘제1저자와 나머지’(et al.)’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아 제1저자를 누구로 하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논문 작성을 주도한 단국대 의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 딸을) 제1저자로 할지 제2저자로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열심히 참여한 것이 기특해 제1저자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후보자의 딸이) 조국 교수의 딸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 역시 딸의 논문 작성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딸은 멀리까지 매일 오가며 프로젝트의 실험에 적극 참여하여 경험한 실험과정 등을 영어로 완성하는데 기여하는 등 노력한 끝에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영어논문을 완성하였고, 해당 교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해당논문의 책임저자는 지도교수로 명기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책임저자가 논문의 저자로 인정된다”며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교생 인턴이 2주 만에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논문 제1저자에까지 오른 것을 두고서는 조 후보자의 동료인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서울대 교수는 “논문의 순서와 역할(제1저자, 교신저자, 기타저자)에 따라 취업, 승진, 교수 임용에서 다른 점수를 받기 때문에 이 순서를 조작하면 연구윤리 규정 위반이 될 수 있고 소송 대상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 강의까지 했던 분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게다가 이 논문은 국비가 투입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였다. 나랏돈이 들어간 논문의 저자를 표시하면서, 논문 기여도가 아니라 담당 교수의 친분이나 개인적 평가에 따랐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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