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외국에 있는 사업장에서 다쳤다 하더라도, 해당 사업이 국내 기업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면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과 똑같이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손성희 판사는 냉난방 설비 공사업체 소속인 A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산재 치료를 위한 치료비ㆍ입원비ㆍ수술비 등)를 지급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내 업체에 소속된 A씨 등은 지난해 5,6월 멕시코의 한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발꿈치뼈와 허리뼈 등을 다쳤다. 이들은 산재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 측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공단은 국외에 파견된 근로자에게는 산재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손 판사는 “산재보상보험법의 범위에 속하는 사업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그러나 근로의 장소만 외국이고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에 소속해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 것이라면 보험 관계가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 판사는 또한 “이 사고의 경우 현지에 별도 사업체를 설립하지 않고 회사 책임하에 공사를 하다가 발생했고, 근로자 임금도 국내 회사에서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 회사의 사업주가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지휘를 직접 맡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국내 사업장의 지휘를 받는 경우 ‘해외파견’이 아니라 ‘해외출장’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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