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인 세발낙지, 살 통통 올라… ‘기절낙지’로 불리는 특급 별미
기네스북 등재된 회산 백련지 동양 최대 규모로 장관 펼쳐져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붉은 빛이 도는 황토 들판이 펼쳐진 곳. 서남해안에 자리한 무안군이다. 갯벌과 황토의 고장이라는 명성이 딱 들어맞는 지역이다.
무안군은 해안선을 중심으로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황토로 구성되어 있고, 그 황토 속에는 게르마늄 등 각종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타 지역에 황토에 비해 유황의 함유량이 월등히 높고 철분과 칼륨이 다량 함유돼 있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황토로 인정받는다.
무안 황토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갯벌이 된다. 무안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면적이 넓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2001년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 1호’로 지정됐고, 2006년에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2008년에는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무안갯벌은 자연침식된 육지의 토양과 사구의 영향으로 특수한 갯벌 지질로, 다양한 생물종의 산란ㆍ서식환경에 이상적이어서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무안갯벌과 황토 땅에서 자란 건강한 농수산물로 만든 음식들은 몸에도 좋지만, 맛도 그만이다. ‘먹거리 천국’ 무안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무안 5미’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무안세발낙지를 비롯해 황토 양파를 먹고 자란 무안양파 한우구이, 겨울철 별미인 도리포 숭어회, 볏짚 특유의 향이 배인 돼지짚불구이, 보양식의 으뜸인 명산 장어구이 등 5가지 음식들을 통해 식도락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우선 세발낙지는 매년 9월쯤에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다. ‘일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선다’는 세발낙지로 만든 낙지 요리는 낙지회, 낙지볶음, 낙지 구이(낙지호롱), 낙지 데침, 낙지 연포탕 등 20가지가 넘는다. 이 중에서도 살아있는 낙지를 소금으로 기절시킨 후 식초에 찍어먹는 방식은 무안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별미로, 일명 ‘기절낙지’라 불린다. 무안군 무안읍 버스터미널 안쪽 골목에 자리잡은 ‘낙지특화거리’에는 낙지를 판매하는 노점상 및 점포가 나란히 모여있다.
돼지짚불구이는 암퇘지의 삼겹살을 석쇠에 가지런히 깔고 볏짚을 지펴 그 불씨로 고기를 굽는 방식이다. 볏짚 특유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목포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무안에는 짚불삼겹살 삼합이 있다. 볏집에 구운 고기를 양파김치와 칠게를 갈아 만든 게장과 함께 싸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하고 개운한 ‘짚불 삼합’이 된다. 돼지고기를 먹었다면 무안의 양파한우도 맛을 봐야 한다. 무안 양파한우는 혈통이 좋은 한우를 개량해 생산된 고품질 명품한우로, 황토 양파를 먹어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에 들어서면 함평만의 넓은 바다와 멀리 함평군과 영광군의 조망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도리포는 바다 낚시터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앞바다에서 갓 잡아온 생선회의 맛은 천하일품이다. 겨울철 도리포 숭어회는 자연산으로 유명하며, 주말이면 광주 등 인근 지역의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호남의 젖줄 영산강변에 위치한 몽탄면 명산리는 장어구이로 이름난 곳이다. 명산하면 장어구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산강 하류 갯벌에서 나는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으로, 한때 바닥을 긁으면 그물 가득 잡힐 정도였다.
무안에서는 먹거리와 함께 볼거리도 놓칠 수 없다. 우선 기네스북에 등재된 동양 최대 규모 연못인 회산 백련지는 연면적 33만㎡에 이르며, 연잎 사이로 피어난 백련들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여름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연꽃축제가 열린다. 바다 생태계의 보고인 무안갯벌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체험학습장이다. 갯벌생태공원이 조성돼 있고, 숙박과 체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무안갯벌 캠핑장과 복합체류형 관광지 무안황토갯벌랜드에서 갯벌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또 무안읍에서 해제반도 중앙을 지나는 지방도로를 따라 20여 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도리포는 일출과 일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명소다. 이외에 톱머리 해수욕장, 홀통해수욕장 등도 넓은 백사장과 해송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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