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왼쪽)이 피아니스트 최형록과 서울 명동성당 내부에서 함께 하고 있다. 선우예권은 최형록 등 후배 피아니스트 7명과 26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목프로덕션 제공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 서기까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9) 곁엔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의 재능을 믿고 매달 장학금을 보내 준 교인들부터 교습비를 따로 받지 않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 전액 장학금 기회를 준 미국 커티스 음악원까지. “누군가 곁에 있는 것 자체로 위로를 받았다”는 선우예권은 그래서 자신이 받았던 많은 응원을 일찍이 후배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26일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리는 음악회로 시작되는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음악회를 앞두고 19일 명동성당에서 만난 선우예권은 “매 연주가 소중하지만, 이번 명동성당 연주는 저에겐 특히 값진 기회”라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이번 연주회 수익금을 전액 후배 피아니스트들에게 후원하는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직접 선정한 피아니스트 7명의 리사이틀을 위해 멘토로 나선다.

선우예권이 뽑은 7명의 피아니스트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10~20대 영재들이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ㆍ정명훈과 협연했던 피아니스트 임주희(19),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수상 경력의 이혁(19), 헤이스팅스 국제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 우승자 이택기(21), 쿠퍼 국제 콩쿠르 2위 임윤찬(15), 리스트 콩쿠르 2위 홍민수(26), 영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 김송현(16), 센다이 국제 콩쿠르 우승자 최형록(26)이 그들이다. 선우예권은 “연주자들의 다양한 재능을 알리고 클래식 음악의 맛을 여러 갈래로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선우예권은 국내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최형록에게는 연주회 때 신을 수 있도록 명동의 신발가게에서 구두 한 켤레를 사 선물하기도 했다. 선우예권은 “2017년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최 측에서 연주복 등을 살 수 있도록 1만달러를 지원받은 경험이 있다”며 “나 역시 작은 것 하나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많은 것을 신경 쓰게 된다“며 웃었다.

선우예권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선우예권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후배들뿐만 아니라 청중이 위안을 받길 바라고 있다. “다양한 연령의 연주자들이 보여 주는 열정과 고민을 음악으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거장이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결의 위안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서 말을 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선우예권은 18일 경기 구리에서 열린 자신의 리사이틀에서 후배들의 연주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을 이례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명동성당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명동성당이 교인 대상 공연을 위해 대성당의 문을 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일반 청중을 위해 연주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건 매우 드문 사례다. 한국 음악계를 향한 선우예권의 마음에 깊게 공감한 덕이다. 선우예권은 이번 음악회에서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D.935’, 쇼팽 ‘2개의 전주곡 op.28’을 연주한다. 선우예권이 뽑은 피아니스트 7명의 리사이틀은 다음달부터 매달 1회씩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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