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관광 6000만명 시대 열어… 남도의 깊은 맛, 세계 속 브랜드화
공연 곁들인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 올해는 10월 강진만 생태공원서 열려
바람이 머물고 마음이 머무는 곳, 그 땅이 바로 남도다. 그렇듯 이곳, 그 중에서도 전남의 경치는 보는 이들을 흠뻑 취하게 하는 매력(魅力)을 품고 있다. 혹자들은 ‘마력(魔力)’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한다. 전남도가 지난 1월 ‘전남 관광 6,000만명 시대’를 호기롭게 선포한 데는 이런 뒷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남도의 빼어난 풍광이 ‘전남 관광’의 자산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전라도(전남) 여행에선 ‘맛’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은 입이 짧은 사람이든, 긴 사람이든 ‘맛의 천국’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어디서 어느 음식을 골라도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과 음식 재료, 요리 방식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곳이다. “대충 (식당) 문 열고 들어가서 밥을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남도 여행길이 풍성한 이유다.
비옥한 평야와 기름진 개펄, 높고 깊은 산은 전남이 품은 맛의 근원이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환경만으로 남도의 깊은 맛을 낼 수 있을까. 전남도는 “건땅에서 거둬진 싱싱한 재료들이 남도 특유의 푸지고 섬세하면서도 풍요로운 상상력을 만나 깊고 진하고 오묘한 맛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한 마디로 맛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남도 음식엔 맛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남도 음식과 상차림은 시대를 담는 거대한 ‘문화 장독대’이기도 하다. 맛 속에 푸근한 정과 멋, 해학과 풍류가 배어 있는 것이다. 전남도가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맛을 통해 관광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눈 여겨 보고 있는 대목이다. 도는 이미 그 시도에 나섰다. 손맛, 정성의 맛, 곰삭은 발효의 맛, 가문의 맛, 마을의 맛, 서민의 맛, 양반의 맛 등 남도 음식문화를 좀 더 풍성하게 가꾸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실제 도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남도음식명가’와 30년 이상 전통을 지켜온 ‘대물림 향토음식점’을 선정해 남도의 맛을 알리고 있다. 2016년부터 음식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1시ㆍ군 1남도음식거리 12개소에 1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업을 추진, 현재 9곳이 문을 열었다. 나머지 3곳도 내년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최근 ‘혼자 여행’이 늘고 있는 관광 패턴 변화에 대한 전략도 나름 세웠다. 도는 지역을 찾는 개별 자유여행자들의 여행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혼자서도 시ㆍ군 식당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단품요리 30선’ 안내책자를 내놓았다. 단품요리 30선엔 전남지역 대표 특산물을 활용한 벌교 꼬막비빔밥, 전복 톳밥, 녹차떡갈비 등 단품요리 경연대회에 입상한 음식에 대한 설명과 식당 정보, 가격, 주변 관광지 등이 담겼다. 또 국내외 방문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말은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로 제작됐다. 주요 소개 음식은 젊은이들의 미식여행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강진 허브정원의 ‘통밀곡물샌드위치’, 장흥 풍경의 ‘황칠에스칼로피’, 순천 정박사연잎국밥의 ‘앙증족발정식’, 무안 하늘 꿈 식탁의 ‘단호박 돈가스’등이 있다. 그간 전남도는 개별 자유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식재료로 만든 1만원 안팎의 혼자서 주문 가능한 요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 단품요리 30선은 단품요리 발굴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단품요리 발굴 경진대회의 우수작, 미스터리쇼퍼 방문, 한국경영인증원의 검증 등을 거쳐 선정된 음식이다. 전라도 관광정보 제공 사이트인 ‘남도여행 길잡이(www.namdokorea.com)’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도 관계자는 “남도한정식이 4인 기준으로 서비스되는 게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별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단품요리를 발굴했다”며 “앞으로도 남도를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맛의 본고장 전남에서 남도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품화하겠다”고 말했다.
남도 관광의 멋에다가 맛까지 더한 것이다. 그 중 백미는 매년 10월에 열리는 힐링 음식관광축제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다. 올해는 10월 11일부터 3일간 강진만 생태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 행사는 ‘한국의 부엌’으로 불리는 남도의 대표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1994년부터 시작한 전국 최고의 음식 축제다. 남도음식의 전설과 유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다양한 남도전통 문화공연을 비롯해 남도의 맛과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전남도가 관광에 맛을 접목시킨 건 21세기 융ㆍ복합 관광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도는 이미 그 가능성을 엿본 터다. 전남 고유의 문화ㆍ음식자원을 지역 특화 관광상품으로 내놓은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와 국제농업박람회와 국제수묵비엔날레가 대박을 친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관광은 문화와 역사, 산업, 음식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 낸다”며 “전남은 맛과 멋,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 전국에서 가장 앞선 관광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남도음식을 핵심 프로젝트로 차별화한 관광 전략을 추진해 전남이 국제적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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