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시지역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19일 새벽부터 제주시 동(洞)지역 쓰레기를 처리하는 봉개동 회천쓰레기매립장 입구에서 인근 주민들이 행정이 약속을 어겼다면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봉개ㆍ회천동 주민으로 구성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5시부터 회천매립장 입구를 막고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그동안 회천매립장 연장 운영에 3차례나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행정이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시,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8월 회천매립장 사용 기한을 올해 10월 말까지, 회천매립장 내 음식물ㆍ재활용품 처리시설 사용기한을 2021년 10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봉개동 매립장 연장 사용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는 이 같은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서귀포시 색달동에 1일 처리량 340톤 규모의 음식물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2021년 11월부터 도내 전역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시설에 대한 기획재정부 적정성 검토 등 행정절차에 시일이 걸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 정도 늦어진 2023년 상반기에야 이설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주민대책위는 이날 회천매립장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며 음식물 수거차량 진입을 막아섰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제주시내를 돌며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한 차량 24대가 매립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주변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다. 제주시 지역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은 오전과 오후 각 24대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회천매립장에 반입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의 농성이 지속될 경우 동지역 주민들과 음식점 등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 19개 동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봉개동 음식물자원화센터의 하루 평균 반입량은 150톤에 이른다.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재활용품 수거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연성 쓰레기의 경우 북부광역소각장으로 진입하지만, 재활용품과 대형폐기물 등은 처리시설이 있는 회천매립장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주민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행정은 매번 부득이하다는 사유를 들어 쓰레기 대란 발생을 막아달라면서 사용기간을 연장을 요구했고, 이에 주민들은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연장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세번도 모자라 다시 연장을 요구하는 행정당국의 태도에 주민들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을 만큼 참았다.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시는 쓰레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는 또 임시방편으로 수거한 재활용품을 민간 위탁해 처리할 계획이지만,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회천매립장 외에는 대안이 없어 주민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앞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봉개동 주민들과 약속한 대로 2021년 10월 31일까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이설할 수 없게 돼 사과드린다”며 “음식물처리시설 완공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현 시설이 악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만과 걱정은 이해된다. 악취 확산 차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