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교수 “노동자 공간 부족은 교수들 갑질ㆍ착각 때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 교수가 2016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서울대 교수가 19일 서울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공간 부족은 ‘교수 갑(甲)질’에 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폭염 속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한 평 남짓한 직원 휴게실에서 쉬다가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과 관련,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학교 측의 사과와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페이스북 캡처

우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진행하는 서울대 노동자 노동 환경 개선 요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알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우 교수는 “서울대 노동자들의 환경과 공간 부족은 어디서 올까. 솔직한 대답은 대학 본부나 각 단과대 집행부도 아니라, 기본적으로 교수 갑질에 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라는 마음보다는 교수가 왕이고, 교수 공간도 부족하다는 태도들”이라며 “서울대 교수 중 자기 혼자 힘으로 얻은 위치와 환경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이 너무 많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보낸 ‘일침’은 지난 9일 서울대 제2공학관 지하 1층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A(67)씨 때문이다. 경찰은 그가 평소 앓고 있던 심장질환으로 ‘병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와 서울대 학생들은 A씨가 머물렀던 휴게실이 계단 아래 간이로 만들어진 휴게실로,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3.52㎡(1.06평)의 협소한 공간이었다는 점을 들어 열악한 환경이 부른 ‘사회적 죽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숨지기 하루 전인 8일 오후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효돼 9일까지 유지됐고, 서울 최고기온이 34.6도에 이를 정도로 무더웠다. 그러나 그가 지냈던 직원 휴게실에는 선풍기 한 대가 더위를 식힐 유일한 도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A(67)씨가 9일 사망한 공대 제2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 계단과 건물 벽 사이 공간(위 사진 빨간 원)에 위치한 휴게실에는 에어컨은 물론 창문도 없으며 너비도 3.52㎡(1.06평)에 불과하다. 서울일반노조 제공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는 이에 “휴게실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A씨가 앓던 심장질환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도소 독방 기준인 1.9평보다 작은 3.52㎡ 휴게실을 3명이 함께 사용했는데, 지속적으로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학생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67세의 고령 노동자를 그렇게 더운 날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쪽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 노동자 휴게시설을 전수조사하고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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