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 김영락 대표
“20여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비행기박물관과 자동차박물관에서 충격을 받았다. 나는 환갑이 돼서야 처음 보는 것을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때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전 세계 자동차를 보면서 큰 꿈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생각에 자동차박물관을 지을 결심을 했다.”
김영락(72)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 대표는 2008년 4월에 문을 연 세계자동차박물관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경북 대구에서 31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2001년에 자신의 회사를 외국기업에 매각한 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고, 그 곳에서 우연히 자동차 박물관과 비행기 박물관을 관람하게 됐다.
그는 “60평생 처음으로 라이트형제가 만든 비행기에서부터 달나라까지 갔던 우주선이 있는 비행기박물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때마침 박물관에는 어린이들이 함께 온 교사들로부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박물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일수록 어릴 때부터 역사와 문화를 생활 가까이에 두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남은 평생을 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큰 꿈을 꾸면서 자라야 나라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자동차박물관을 세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6년 넘게 캐나다와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지를 누비며 자동차를 수집했다. 이와 병행해 그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부지를 마련해 자동차 박물관을 짓기 시작했고, 2008년 4월 아시아 최초로 개인소장 자동차 박물관을 개관했다. 수집 차량들이 모두 고가인 탓에 그는 박물관 개관을 위해 200억원의 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박물관 개관 준비 당시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김 대표는 개관 이후에도 전 세계를 돌면 자동차 수집에 나섰다. 개관 당시 60여대였던 자동차들을 현재 100여대로 늘렸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의 내연 휘발유 자동차인 독일의 '벤츠 페턴트카'와 전 세계에 6대 밖에 없는 영국의 '힐만 스트레이트8', 영국 왕실의 전용차로 쓰였던 '롤스로이스 실버스퍼', 한국 최초의 택시인 ‘시발택시’ 등 진귀한 클래식카들이 즐비하다.
그는 자동차박물관에 멈추지 않고 지난달 22일에 피아노박물관도 개관했다. 박물관 이름도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로 바꿨다. 그는 수년전 해외여행 당시 들었던 피아노 연주에 큰 감명을 받았고, 결국 피아노박물관 건립을 위해 자동차에 이어 피아노 수집에 나섰다. 그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피아노 역시 자동차 못지않게 진귀한 것들뿐이다. 건반악기의 조상으로 불리는 하프시코드부터 1900년대 초기 그랜드피아노까지 모두 33대가 전시되고 있다. 전시된 피아노 중 ‘앤티크 블라시우스 앤드 선스 커스텀 카브드 그랜드피아노’(Antique Blasius & Sons Custom Carved Grand Piano)는 근대조가의 아버지로 불리며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이 1888년 직접 조각한 세계에 단 하나뿐인 피아노 작품이다.
김 대표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자동차와 피아노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공간 이동에 있어 기술적인 혁신을 이뤄냈다며, 피아노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행복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 세대들이 박물관에 들려 자동차와 피아노를 보면서 더 큰 꿈과 희망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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