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이 법원 결정으로 인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이주 등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상황이 관리처분계획 재인가로 귀결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이 사업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에 이은 대형 악재가 덮친 셈으로, 이 여파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 전반이 냉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안종화)는 지난 16일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재건축 조합원 한모씨 등 267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만 판결 이유에 대해선 “판결문을 통해 확인하라”고만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은 5층 이하 2,120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5,388가구의 새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사업으로, 공사비 2조7,000억원 등 총 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한다.
앞서 한씨 등은 지난해 1월 “적법한 분양 절차를 밟지 않고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 완료 후 신축 2가구(1+1)를 배정받게 돼 있는데, 조합이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분양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전용면적 107㎡(42평형) 소유 조합원은 59㎡+135㎡(25+54평)는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해놓고 일부 조합원의 신청은 받아줬다는 것이다.
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당장 이주에 차질이 생겼다. 애초 이 단지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를 진행하고 4월부터 철거에 들어간 뒤 10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더구나 조합이 항소에 나설 경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적어도 1~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법원 최종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새롭게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경우 2018년부터 일괄 적용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재건축으로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인데,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2017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제도 적용을 면했다. 앞서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는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원(최저 1억6,000만원~최고 8억4,000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포주공1단지 사업 차질은 재건축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발표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익환수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조합과 건설사가 사업 일정 재검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에서 대형 재건축 사업이 연기되면 새 아파트 공급 역시 줄줄이 미뤄지고 이로 인해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급매물도 나가지 않던 상황에서 환수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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