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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 D-9… 한미 ‘반도체 분업’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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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 D-9… 한미 ‘반도체 분업’도 흔들리나

입력
2019.08.19 04:40
수정
2019.08.19 10: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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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반도체 글로벌공급망.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미일 반도체 글로벌공급망. 그래픽=송정근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미국과 한국 사이에 형성된 국제 분업 체계 연결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반도체용 집적회로(IC) 기판 등을 한국 기업에 위탁 생산해 납품 받고 있는데, 개정안 시행 후 국내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주요 소재의 경우 일본산 사용을 위탁 생산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대체품을 서둘러 확보한다고 해도 한ㆍ미 간의 생산 분업 체계가 계속 원활히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퀄컴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IC 기판을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제조사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IC 기판은 반도체 집적회로를 배선하는 얇은 판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를 납품 받아 추가 공정을 더해 완성된 반도체를 생산해낸다.

제조 기술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생산 업체에 IC 기판 제조를 맡기고, 이후 전문 공정은 자사가 맡는 식으로 생산을 분업화한 것이다. 애플의 경우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IC 기판을 납품 받아 또 다른 반도체 생산 및 조립 업체에 추후 공정을 맡기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양의 반도체를 공급 받고 있다.

위탁 생산을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은 설계부터 주요 소재 사용 등에 관해서 고객사인 미국 IT 업체들의 요구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국내 한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IC 기판이 반도체 생산 공정의 기초 작업인 만큼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과 요구 조건이 까다로울 때가 많다”며 “고객사의 요구에 맞게 IC 기판을 생산해 제때 납품하는 게 위탁 생산 업체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회로 기판 세척, 식각 등을 위한 불화수소(에칭가스), 부식을 막기 위한 잉크제 같은 각종 화학 소재로 일본산을 쓸 것을 요구하는 미국 IT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한 일본산 소재를 공정에 사용하는 게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는 기업들의 경험과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면서 이들 소재 수입이 계속 원활히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이 아직 추가 수출규제 품목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28일 이후 수출규제 품목을 추가로 늘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서둘러 대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데, 결국 이는 미국 기업들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주요 소재가 아니면 우리가 자율적으로 교체해 쓸 수 있지만, 고객사가 사용을 요구한 소재는 교체하려면 고객사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며 “미국 기업들이 일본산 소재 사용을 고집할 경우 미국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결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제조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테스트 제품에 큰 차이가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계속 위탁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에서 IC 기판 등을 잘 생산해내지 못하면 미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더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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