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ㆍ신미숙 공소장 다시 보니 
[저작권 한국일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2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강제로 교체한 과정도 문제지만, 빈 자리에 신규 인사를 선발한 경우는 정치색이 없는 다수의 선량한 지원자들을 우롱했다는 점에서 더 비난의 소지가 컸다. 교체된 사람들의 경우 그 자리에서 일이라도 해보고 물러났지만, 공정한 절차로 채용이 진행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지원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뜻을 접어야 했다. 그들은 실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실수했을 것으로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공소장에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추천한 인사를 선발하기 위해 내 편이 아닌 지원자들을 어떻게 떨어뜨렸고, 자기 편에게는 어떤 특혜를 제공했는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이들에게 공모절차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고, 내 편이 아닌 다른 지원자들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자리를 지원한 산악인 권모씨의 채용과정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1년 6개월간 근무했다. 2017년 9월 채용심사에 참여한 환경부 간부들은 청와대 추천인사로 정해진 권씨를 뽑기 위해 서류심사 결과와 상관 없이 무조건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에 참여한 다른 위원들에게도 권씨를 통과시키도록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설득했다.

환경부 직원들은 권씨가 떨어질 경우 윗선의 질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대신 작성해 주고, 면접 예상질문 자료를 만들어 권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심사 과정에서 다른 위원들이 권씨의 단점을 지적하면 이에 반박하면서 내정자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환경부는 지원자 16명 중 서류심사를 거쳐 권씨를 포함해 5명을 선발했고, 최종적으로 권씨를 이사장에 낙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권씨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의 특혜성 지원을 받아 서류심사를 부정 통과한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7월 환경공단 상임감사 선발과정에선 애꿎은 지원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청와대가 내정한 언론인 출신 박모씨가 서류심사에 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선발과정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서류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간부가 최고점을 부여했는데도, 박씨는 지원자 16명 중 12등에 그쳐 면접대상 7명 안에 들지 못해 탈락했다. 이에 분노한 청와대는 서류심사 합격자 7명을 모두 ‘적격자 없음’ 처리해 탈락시키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환경부 간부는 청와대로 불려가 청와대 추천인사인 박씨가 탈락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고 반성문까지 썼다. 결국 서류심사에 합격한 7명은 청와대와 환경부의 채용놀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적격자’로 낙인 찍혀 버렸다.

이처럼 정권의 내 사람 내려꽂기로 능력 있는 지원자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대부분 인사들은 검찰 수사 이후로도 계속 근무하고 있다.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비서관의 재판은 기소된 지 다섯 달 만인 내달 30일 처음으로 열린다. 두 사람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 검찰 간부들은 지난달 인사에서 좌천돼 모두 옷을 벗었다. “일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며 사퇴의 변을 남겼던 담당 검사 주진우 전 형사6부장은 본보 기자의 수 차례 접촉 시도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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