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온도 26도 유지…냉방기기는 자기 전 끄고
복식호흡 등으로 스트레스 풀고…낮잠은 20분 이내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수면을 취하기에 적절한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섭씨 16도에서 18도 사이가, 여름철에는 25도에서 26도 사이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장마철이 지나고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가 말하는 열대야는 보통 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경우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온도가 너무 높아도, 또 너무 낮아도 숙면을 취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생기게 되는데요. 열대야 수면의 특징과 열대야 속에서 건강한 수면을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잠에도 종류와 역할이 있다?
고대 사람들은 잠이란 대부분의 두뇌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51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클라이트먼(Kleitman)과 아서린스키즈(Aserinskys)는 수면 중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기가 있음을 발견하면서 수면 중에도 무언가 신체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후 수면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전체 수면시간 중 약 75%를 차지하는 ‘비렘수면’ 시에는 뇌의 일정 부분만이 기능을 하기 때문에 뇌의 에너지 소비가 적고 뇌가 일종의 휴식상태에 있지만, 수면시간의 나머지 25%를 차지하는 ‘렘수면’ 중에는 뇌의 모든 부분이 활동적이고 에너지 소비도 깨어있을 때와 유사함이 발견됐습니다. 대부분의 꿈도 이러한 렘수면 시에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가 새벽녘에 꿈을 많이 꾸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수면 후반부로 갈수록 렘수면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잠은 기능의 회복, 학습내용 기억, 성장촉진의 3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깨어 있는 동안은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여러 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는데, 비렘수면기에는 깨어있을 때에 비해 신진대사의 속도가 느려지고 두뇌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손상된 세포가 회복됩니다.
또한 깨어있을 때 습득한 내용을 장기간 기억하는 데 있어 수면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각 수면단계에 따라 기억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렘수면 시에는 시각적, 감정적 내용들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고, 비렘수면 시에는 단편적, 객관적 사실이 주로 기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장호르몬은 비렘수면 시기 중 깊은 수면 단계에서 최고의 분비를 보입니다. 따라서 성장기에 있는 어린아이는 적절한 성장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깊은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위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열대야에서 잠이 들기 힘든 이유를 생체 체온 조절의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통상 심부체온은 저녁 8시경에 최고를 보이다가 점차 떨어져서 새벽 5시경에 최저로 떨어집니다. 잠이 드는 밤 11시경에는 심부체온이 떨어지면서 열이 방출되고 이로 인해 피부표면의 체온이 증가되고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렇게 심부체온이 수면 시에 정상적으로 떨어져야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대야가 시작되면 신체주변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심부에서 피부를 통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 어렵게 되고, 이렇게 심부체온의 저하가 일어나지 않으면 체내에 열이 가득 차 있는 상태가 되면서 잠들기도 어렵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열대야 속 건강한 수면을 위한 TIP
첫째, 침실의 온도는 섭씨 26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자기 전에 에어컨 혹은 선풍기를 통해 침실 온도를 낮추고 자기 직전에는 끄도록 합니다.
둘째, 찬물 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찬물 샤워는 일시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근육을 긴장시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온이 다시 올라가게 되므로 수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심한 운동은 잠들기 4시간 전까지 끝내도록 합니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상승되었다가 내려오면서 잠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밤늦게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오히려 잠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만큼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의 생체리듬을 결정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고 이는 해가 뜨는 시간과 관련이 깊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해가 일찍 뜸에 따라 그만큼 기상 시간도 빠르기 때문에, 수면부족을 피하고 적절한 수면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능하면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낮잠을 자는 것은 수면리듬을 깰 수 있으므로, 낮잠이 필요하다면 20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다섯째, 자기 전에 복식호흡, 근육 이완법 등의 이완요법을 통해 수면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 요인인 스트레스를 완화시킵니다. 이완요법은 작용-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해 근육에 힘을 모았다가 다시 천천히 힘을 풀며 이완하는 것인데, 이를 통한 집중은 지나친 걱정이나 쓸데없는 생각을 피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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