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홍콩에서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1주째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반대 세력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홍콩의 특성을 이용한 틈새 공격 양상도 나타났다. 자동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대량으로 인출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SCMP는 최근 홍콩 인터넷에서는 현금을 대량으로 인출해 ATM을 텅텅 비게 하자는 글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Bank Run)’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홍콩은 대규모 시위에 따른 타격으로 성장률 전망이 하향조정되는 등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15일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3%'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2분기 성장률을 0.6%로 잠정 발표했던 홍콩 정부는 이날 확정치 발표에서 이를 0.5%로 낮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장률이다. 올해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로는 0.4% 감소했다.

현금 대량 인출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자 홍콩 은행들은 당면한 위기 상황은 없다면서 대응에 나섰다. 홍콩 최대 은행인 HSBC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HSBC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은 물론 홍콩의 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을 위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DBS, OCBC 등 다른 은행들도 만일의 사태에는 비상 계획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ATM을 통한 현금 인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 중 일부는 최근 들어 공항, 전철 등 홍콩의 인프라 시설을 마비시킴으로써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홍콩 안팎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CMP는 “이런 행동은 공항을 점거해 이틀간 1천여편의 항공편을 취소시키고, 주요 전철역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등 홍콩의 인프라 시설 운영에 지장을 주려는 시도와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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