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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맨발] “맨발로 제기 3개만 차도 1등합니다” 가족 동료 연인과 함께한 최고의 건강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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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맨발] “맨발로 제기 3개만 차도 1등합니다” 가족 동료 연인과 함께한 최고의 건강 축제

입력
2019.08.17 19:32
수정
2019.08.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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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 다양한 전통놀이에 숲속음악회, 인기가수 공연까지… 즐길거리 풍성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 앞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 앞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1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1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맨발로 걷던 도중 카메라를 향해 맨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맨발로 걷던 도중 카메라를 향해 맨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1관문을 향해 줄지어 걷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1관문을 향해 줄지어 걷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2관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2관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17일 한반도 최고의 맨발걷기 축제로 자리 잡은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에는 2만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하루를 걸으면 한 달이 건강하다는 문경새재, 한나절 맨발걷기로 한 달 행복까지 덤으로 얻어간 하루였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의 맨발줄넘기에 도전한 참가자들. 구령에 맞춰 허공에 몸을 띄우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의 맨발줄넘기에 도전한 참가자들. 구령에 맞춰 허공에 몸을 띄우고 있다.

◇단체 줄넘기 “정수리로 하늘 때릴 듯”

땅의 길이 트여 하늘로 이어질 듯 문경새재다. 길의 아름다움 위에 걷기의 기쁨, 맨살의 속삭임이 더했다. ‘2019 오감만족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이 17일 열렸다. 해마다 8월 한여름 햇살 가장 뜨거울 때 새재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 올해로 14회. 전국에서 2만여 명이 몰렸다. 단순히 지역의 걷기행사가 아니라 전국의 걷기문화가 되고 있다.

2관문까지 왕복 6㎞ 남짓한 맨발걷기 길 곳곳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출발지점을 나서 첫 순서는 제1관문 앞 단체 줄넘기. 친구 10명이 의기투합해 처음 참가했다는 김용순(57ᆞ대구 수성구)씨는 “새재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친구끼리 우정도 다지고 일상의 스트레스도 날려보냈다”면서 “맨발로 하루를 걸으니 건강은 절로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코스 중 한 게임장에서 제기를 힘껏 차서 냄비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코스 중 한 게임장에서 제기를 힘껏 차서 냄비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냄비 문어… 줄이 두 개나 생긴 최고 인기 게임

길은 마음 따라 흐른다.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은 더욱 즐겁다. 황톳길 지나 샛길로 들어서니 숲속에 ‘냄비 문어’ 행사장. 대기자가 벌써 길게 두 줄이 될 만큼 인기 게임. 냄비 문어는 문어 모양의 제기를 맨발로 차서 주전자 속에 넣는 게임. 모두들 어려워하면서도 신이 났다.

대구 달서구에서 온 권영옥(55) 박춘선(56)씨는 1개씩 넣고 싱글벙글. 상품은 시원한 생수와 얼음팩. 웃음치료사인 두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예명복지원에서 단체로 온 이영우(40)씨는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게임 참가자들을 응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순이(50ᆞ경북 구미시)씨는 “여성에게는 난이도가 높아서 남녀 코너를 구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일 열린 문경새재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한 남성이 발가락으로 빈병을 세우는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7일 열린 문경새재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한 남성이 발가락으로 빈병을 세우는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병을 세워라 “침착하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게임!”

조령 원터에 설치된 '발가락으로 병 세우기' 놀이장. 발가락에 건 고리와 병 입구에 걸린 고리를 이용해 1분 안에 병을 세우면 성공하는 게임이다. 시작 호루라기 소리에 참가자들은 마음만 급하다. 여기저기서 서두르다가 쓰러진다.

그 중에도 차분하게 발과 고리를 움직인 조은희(대구 서구)씨는 4초 만에 성공했다. 상품은 미숫가루. 두 딸과 함께 참가했다는 그는 '맨발학교' 회원이다. “문경맨발페스티벌에서 맨발걷기 180일을 채워 더 뜻깊다. 내년은 물론 이 축제가 계속되는 한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동행한 권택환 맨발학교 교장은 “맨발걷기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학업 성취도도 2배 이상 올라간다”며 맨발걷기를 적극 권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남성들이 제기차기를 시작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 참가한 남성들이 제기차기를 시작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맨발 제기 차기 “맨발이라 2번 차기도 힘들어요!”

“3개만 차도 1등 일걸요.” 제4코스 맨발 제기차기 놀이장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어릴 때 한 번쯤은 해보았을 제기놀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대구 달서구에서 온 40대 김모 씨는 “오늘 문경맨발 걷기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친절한 진행자의 권유에 이끌려 난생 처음 차봤는데 2번도 차기 힘들었다. 제기 차러 왔다가 실컷 웃고 간다”며 “맨발걷기도 처음, 맨발 제기차기도 처음이라 오래 남을 즐거운 추억을 안고 간다”며 기뻐했다. 같이 온 일행 중 친구가 1등을 했다며 상품으로 받은 김박스를 함께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맨발 걷기는 행복하다. 모처럼 하는 제기차기는 추억을 불러 모은다. 함께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즐겁다.

참가자들이 17일 문경맨발페스티벌 코스 중 공주머니를 플라스틱통에 넣는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참가자들이 17일 문경맨발페스티벌 코스 중 공주머니를 플라스틱통에 넣는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맨발 발등투호

제2관문을 저만치 앞둔 귀교정 부근. 맨발 발등투호 놀이장이 마련됐다. 여기도 대기줄은 길다. “콩주머니 2개를 발등에 올리고 새색시처럼 사뿐사뿐 조심해서 걸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의 설명과 신호에 따라 5명이 한조로 출발한다. 마음은 바쁘지만 발등에 올린 콩주머니는 고이고이 가져가서 바구니에 투하해야 완주다. 1등으로 완주한 사람에게는 푸짐한 선물이 주어진다. 중간에 콩주머니를 떨어뜨린 아주머니들의 탄성과 지켜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아들과 함께 발등투호 놀이에 참가한 박원진(48ᆞ대구 수성구)씨는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빠진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놀이다. 아이들과 함께 힐링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7일 문경맨발페스티벌에 참가한 이들이 2관문에 있는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17일 문경맨발페스티벌에 참가한 이들이 2관문에 있는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제3관문까지 맨발로 “친구들과 완등 성공해 더 기뻐요!”

청정 문경새재가 더욱 맑다. 황톳길 문경새재가 더욱 보드랍다. 이틀 전 비껴간 태풍 덕분이다. 바람도, 하늘도, 불어난 계곡 물소리도 맑게 흐른다. 지난 비에 알맞게 젖은 맨살의 황톳길이 맨살 발바닥에 닿아 착착 스민다. 오감이 숲그늘 사이 싱그럽게 살아나는 기가 막힌 길. 드디어 맨발 걷기 코스의 끝이다.

지난해 행사에도 참가해 완등했다는 소정혜(대구 달성군)씨는 "며칠 전 내린 비로 땅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작년보다 걷기가 더 수월했다. 참가하는 사람들의 늘어나는 것 같아 더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등자 이은주(대구 남구)씨는 “오늘 문경 맨발걷기에 처음 참가했는데 완등 메달을 받았다. 친구들이랑 함께 걸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관문에 마련한 야외 특설무대 앞에 모여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관문에 마련한 야외 특설무대 앞에 모여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숲속 음악회… 아리랑 떼창이 터져 나온 감동의 현장

17일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은 아름다운 야외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울창한 나무로 겹겹 싸인 숲은 여름 한낮인데도 따가운 햇살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 사이로 무심한 듯 흩어져 있는 돌무리가 자연스럽게 객석이 됐다.

오카리나의 맑고 깊은 소리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준다. 하모니카와 색소폰, 오카리나, 트럼펫으로 이어지는 연주, 미스코리아들의 노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오전 11시30분 무렵 시작한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관객들은 모두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흥에 겨워 손과 발을 하늘로 향하기도 했다. 어깨를 들썩거리게 했던 숲속음악회는 슬로우 힐링관광 2019문경맨발페스티벌의 클라이막스였다. 피톤치드와 생명력 가득한 음악회. 내년 축제가 기다려진다.

17일 문경새재에서 열린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점심 무렵에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17일 문경새재에서 열린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점심 무렵에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국밥국수 “산속에서 먹는 국수가 꿀맛!”

문경새재 2관문 조곡관 앞에서 반가운 팻말을 만난다. ‘점심식사 제공’. 이 건강한 맨발걷기 행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곳. ‘국밥국수’다. 사전 신청하면 점심값은 단돈 1,000원. 미리 신청하지 않은 분들은 3,000원이었다. 메뉴는 국수와 국밥 두 종류.

서울에서 온 박혜숙(68세) 씨 부부는 “예전에도 참가했다. 작년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날짜를 착각해서 못 왔다. 너무 아쉬워서 올해는 아들들에게 미리 부탁해서 신청하고 손꼽아 기다렸다. 문경새재 산속에서 먹는 국수가 꿀맛”이라고 말했다. 긴 대기줄을 서서 기다려준 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진한 맛이 우러나는 국밥·국수를 먹으며 참가자들은 흐르는 땀을 닦는다. 자연을 걷는 만큼 자연을 느낀 만큼 우리는 건강해졌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야외무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에서는 노래자랑과 트롯 명곡 공연, 빅쇼, 경품추첨 등이 열렸다.
17일 문경맨발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야외무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에서는 노래자랑과 트롯 명곡 공연, 빅쇼, 경품추첨 등이 열렸다.
17일 문경새재 일원에서 열린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에서 트롯 명곡 무대를 꾸민 가수들. 왼쪽부터 황금희, 장예주, 규리, 박미영, 나연, 최지현.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17일 문경새재 일원에서 열린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에서 트롯 명곡 무대를 꾸민 가수들. 왼쪽부터 황금희, 장예주, 규리, 박미영, 나연, 최지현.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트롯 명곡 따라 부르며 흥겨운 추억여행

“어스름 저녁길에 하나 둘, 수은등 꽃이 피며는...”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에도 ‘미스트롯’ 열풍이 불었다. 박미영, 장예주, 황금희, 규리, 나연, 최지현 등 지역출신 가수들이 ‘미스트롯’을 통해 재조명된 트롯 명곡들을 열창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수은등’, ‘용두산 엘리지’, ‘가슴 아프게’, ‘진정인가요’ 등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흘러나오자 객석은 금세 떼창공연장으로 변했다. 그늘 아래 쉬고 있던 축제 참가자들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공연장으로 걸어왔다.

지역에서 빼어난 가창력으로 ‘섭외 1순위 트롯 가수’로 통하는 규리씨는 “워낙 명곡들이라 가수이자 동시에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팬들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족과 함께 문경새재를 찾은 김미자(43)씨는 “트롯 명곡들을 라이브로 들으니까 텔레비전으로 접할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면서 “흥겨운 관객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에 참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로보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를 부른 김명희(58ᆞ대구)씨가 대상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로보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를 부른 김명희(58ᆞ대구)씨가 대상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멋진 팝송 선사한 김명희 씨 ‘나도 가수왕’ 대상 차지

점심식사 이후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는 참가자 중 숨겨진 노래왕을 찾는 ‘나도 가수왕’ 행사가 펼쳐졌다. 맨발페스티벌 최고 인기 코너로, 대상은 치열한 접전 끝에 로보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를 부른 김명희(58ᆞ대구)씨가 차지했다.

화려한 무대매너와 멋진 영어실력으로 대상을 차지한 김 씨는 “좋아하는 노래를 모두 앞에서 부를 수 있어 즐거웠다"며 "뛰어난 자연풍경과 맨발걷기까지 문경새재에서 힐링을 하고 돌아간다"며 소감을 밝혔다.

대회에는 울산 영덕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30여 명이 예선에 참여해 평소 갈고 닦은 노래와 춤 실력을 마음껏 선보였다. 본선은 예선을 통과한 7명만이 진출해 명승부를 펼쳤다.

문경=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김민규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윤주용ᆞ정희락ᆞ이예경ᆞ김연희ᆞ원정미ᆞ문여남ᆞ김남수ᆞ곽경애ᆞ박선영ᆞ박순석ᆞ이대웅ᆞ추현혜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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