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베를린 달력. 정한책방 제공

《어느 베를린 달력》은 베를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를 담담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지만 그 문장 사이에서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아련함이 소담하게 밀려온다.

작가는 서울의 시선으로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만한 베를린 이웃들의 정감 넘치는 배려와 소탈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속삭인다.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도시라고, 베를린 사람들도 정이 넘친다고.

더불어 마냥 발전되어 있고 선진국의 전형일 것이라 생각되는 베를린 곳곳의 빈틈과 아쉬움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현지 이야기에 읽는 맛을 전한다.

특히나 사계절, 열두 달을 통해 계절의 변화, 월별 차이를 시간 흐름으로 풀어낸 시도는 ‘베를린 1년 살기 프로젝트’처럼 소소하게 다가와 궁금증을 남긴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뮌헨대, 마부르크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던 작가는 1974년 조국의 유신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단체인 <민주사회 건설 협의회>에 가담했다. 이어 1976년 <재독 한국 여성 모임> 창립, 2005년 6‧15 유럽 지역 위원장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올바른 가치 및 정치 의식화를 위해 그간의 노력을 이어왔다.

2012년에는 삶의 터전이자 제2의 고향인 독일을 떠나 진짜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 땅에서 살고 싶어 반년간 노력했지만 결국, 디아스포라로서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독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과 같은 정겨운 그곳으로의 회귀본능을 가슴에만 품은 채 동쪽 하늘을 간간히 바라만 보던 작가가 베를린과 서울의 공감과 낯설음을 잇고자 열두 달 소식을 전해준다.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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