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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잘나가는 아이유, 20대 여배우 기근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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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잘나가는 아이유, 20대 여배우 기근 덕?

입력
2019.08.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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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20대 여배우들중 선두주자로 독주하는 가운데, 김유정∙김향기 등 아역배우 출신과 혜리∙설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 아이돌 출신 20대 배우들은 주연급으로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DB·JTBC 제공
아이유가 20대 여배우들중 선두주자로 독주하는 가운데, 김유정∙김향기 등 아역배우 출신과 혜리∙설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 아이돌 출신 20대 배우들은 주연급으로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DB·JTBC 제공

20대 여배우들의 기근 현상이 여전하다. 걸출한 주연급이 여럿 쏟아지고 있는 또래 남자배우들과 반대다.

지난 1~2년 사이 김유정 김소현 서신애 김새론 김향기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 온 아역배우들이 성인 연기자 반열에 들어서며 20대 여배우 기근의 역사도 종말을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일부는 성인이 되자마자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20대 배우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가가 줄을 이었다. 또 다른 이들은 여전히 10대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학생 역할들을 주로 도맡으며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온 이들이라도 일순간 성인 연기자로 완벽히 변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신의 이미지와 연기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꽤 오래 전부터 ‘20대 여배우 기근’을 해결할 최종 병기로 언급됐던 이들이지만, 정작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찾아 20대를 대표하는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대 여배우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 이른바 ‘연기돌’이다. 미쓰에이 출신 수지, 에프엑스 출신 설리, 에이핑크 손나은, 에프엑스 크리스탈, AOA 설현을 비롯해 걸스데이 유라, 씨스타 출신 다솜, 소녀시대 서현, 걸스데이 출신 혜리와 민아 등 여럿이다.

한 때는 뚜렷한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또래 여배우 기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더딘 성장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연기력!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지만, ‘연기력 논란’에 매번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여배우 가운데 대표적인 주연급 커리어를 쌓아온 김고은과 김지원, 정인선(왼쪽부터)은 내년이면 30대 배우 반열에 합류한다. 한국일보DB
20대 여배우 가운데 대표적인 주연급 커리어를 쌓아온 김고은과 김지원, 정인선(왼쪽부터)은 내년이면 30대 배우 반열에 합류한다. 한국일보DB

이 와중에 그나마 주연급 배우로 불리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약 중인 박소담 김고은 김지원 정인선 등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1991년생으로 약 4개월 뒤면 우리 나이로 30대 반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가수 겸 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아이유의 독보적인 행보다. 지난 2011년 ‘드림하이’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던 이후 가수로서 탄탄한 커리어 구축에 성공하는 동시에 안방극장에서도 여주인공을 도맡기 시작했다.

소름돋을 만큼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연기력과 대중의 높은 호감도는 끊임없는 안방극장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이후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프로듀사’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을 거쳐 지난 해 JTBC ‘나의 아저씨’로 인생작을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출연중인 tvN ‘호텔 델루나’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아이유를 향한 드라마와 영화계의 러브콜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아이유를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의 최대 수혜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유의 연기력은 사실 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를 대체할 만한 20대 여배우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호텔 델루나’의 경우, 호평 만큼이나 아이유의 극중 ‘장만월’ 캐릭터 소화력을 지적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그런(20대 여배우 기근의 수혜) 영향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유가) 연기적으로 보기에는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배우는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이유 자체가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티켓파워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유이므로’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그녀의 출연 사실만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시청률 역시 어느 정도 보장되는 캐스팅”이라고 주연 배우로서 아이유가 가진 강점을 덧붙여 조명했다.

20대 여배우 기근 사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이들의 ‘설 자리’ 부족에서 기인한다. 국내 드라마들 가운데 상당수가 남자 배우들의 중심의 작품들이며, 그 중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몇몇 작품들마저도 20대보다는 3~40대 여배우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대 새내기들이 연기력을 입증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20대 여배우 기근이 끝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역시 “신인 등용문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20대 여배우들이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설 원진아 등으로 대표되는 몇몇 배우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연부터 시작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다만 같은 나이대의 남자 배우들만의 존재감이 있었냐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은 것”이라며 “해당 나이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여배우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특히 적은 것도 사실이거니와 그나마 20대 여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청춘물은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또래 배우들의 산실은 웹드라마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추세인데, 해당 플랫폼들은 아이돌들을 주로 기용하다보니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배우 지망생들이 아이돌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이유다. 20대 초·중반 본업을 아이돌로 하면서 배우 생활을 겸하다 보니 결국 또 다시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선배 ‘연기돌’들의 전철을 밟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이다.

결국 20대 여배우 기근의 문제는 드라마∙영화 업계의 고질적인 캐스팅 환경 문제는 물론, 나이대의 특수성에 따른 데뷔 형태에서 오는 문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단번에 끊어낼 수 없기에, 기근의 돌파구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 역시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20대 여배우들에게도 역할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꾸준히 작품에 설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고, 일련의 등용문이 보장된다면 언젠간 이 긴 암흑기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청춘물부터 장르물까지, 20대 여배우들이 제대로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은 무궁무진하다. 아직까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기회의 홍수 속 20대를 대표할 수 있는 배우들로 성장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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