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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IS, 미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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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IS, 미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입력
2019.08.18 17:00
수정
2019.08.18 21: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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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홀 난민수용소 사실상 장악ㆍ통제… 활동 자금 4억달러도 비축

지난 3월 8일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에 있는 ‘알홀(Al-Hol)’ 난민 캠프에서 수용자들이 철조망 앞에 모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에 있는 ‘알홀(Al-Hol)’ 난민 캠프에서 수용자들이 철조망 앞에 모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구촌의 대표적인 극단주의 테러 조직 중 하나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리는 IS를 99% 물리쳤다”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의사를 공표했다. 두 달 후인 올해 2월 말엔 아예 “시리아의 칼리프 국가(IS를 의미)가 차지했던 영토의 100%를 탈환했다”고 했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IS의 상징적 수도인 시리아 락까를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이 2017년 10월 함락시킨 지 1년 4개월 만에 나온 최종적인 ‘승리 선언’이었다. 구체적인 철군 규모나 일정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실제로 미군은 시리아에서 점점 병력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6개월이 흐른 현 상황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듯하다. 지난 1일 예멘 남부 에덴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공격(경찰 13명 사망) 등 IS가 배후를 자처하는 테러가 지구촌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어서가 아니다. “100%는 땅의 면적을 뜻한다”는 단서에도 불구, 그의 주장과는 달리 IS가 지배하는 ‘물리적 공간’이 엄연한 실체로서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대한 활동 자금도 여전하다. 잔당의 존재와는 별개로, ‘영토’나’ 재정’이라는 하드웨어의 관점에서도 IS는 아직 ‘사실상의 궤멸’ 상태가 아니라는 얘기다.

IS의 새 본거지로 지목된 곳은 시리아 북동부의 알홀(Al-Hol) 난민 캠프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쉬 로긴이 미국 정부 관리와 국회의원, 전문가 등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WP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IS는 이곳에서 쿠르드시리아민주군(SDF) 소속 경비병 수십 명이 발휘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력과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컨대 IS는 난민 캠프 내 ‘도덕적 경찰 조직’을 만들어 샤리아법(이슬람 관습법)을 집행하고, 심지어 잔인한 처형마저 감행한다. 또 수용소 안에서 조직원을 신규 모집하고, 전투원을 들락날락하게 하며, 시리아의 다른 지역을 공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결국 “IS는 시리아 캠프에서 ‘칼리프 국가 2.0’을 건설하고 있다”는 게 로긴의 진단이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알홀 캠프는 빠른 속도로 ‘미니 칼리프 국가’이자, 비옥한 IS 대원 모집 장소가 되고 있다”며 “우리의 코앞에서 IS의 캠프가 운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S가 대규모의 자국 내 난민(IDP) 캠프인 이곳을 장악하게 된 건 최후 거점이었던 바구즈에서 패퇴한 전사 수만 명이 가족을 데리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용 인원 7만명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특히 5만명의 어린이 중 65%는 12세 미만이며, 2만명은 5세 미만이라고 유엔은 밝힌 바 있다. 알홀 캠프가 요주의 대상으로 급부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긴은 “아이들이 ‘칼리프 국가 2.0’에서 이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우리(미국)의 아이들이 그들(IS의 자손)과 싸우게 될 것”이라며 “알홀 캠프는 아직 효과적인 칼리프 국가 2.0이 아닐 수 있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IS가 천문학적 규모의 활동 자금을 수중에 쥐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는 지난 11일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 “IS의 올해 초 자산 규모가 4억달러(약 4,884억원)를 넘어섰다”라며 “IS 조직의 인프라와 재정적 리더십은 견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자금 원천이었던 원유 판매의 길은 이제 상당 부분 막혔지만, IS는 그동안 부동산 투자와 호텔 사업, 자동차 판매 등의 합법적 수단에 의한 ‘돈세탁’ 과정을 거치면서 테러 자금을 불리고 비축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미 국방부도 올해 4~6월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IS 세력이 시리아에서 재건 중이고, 이라크에선 기습공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서 IS 소행으로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카불 서부 ‘두바이 시티’ 웨딩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결혼식 하객으로 현장에 있었던 63명이 숨지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

IS는 성명을 통해 “전사 중 한 명이 스스로 폭탄을 터트렸고, 치안 병력이 도착했을 때 다른 이들이 폭발물이 실린 차량을 터트렸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최근에도 민간인을 겨냥한 각종 공격을 벌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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