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허’ 속 앙상블의 기무 장면.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서기 26년, 친구의 배신으로 졸지에 로마의 노예가 된 예루살렘 귀족 유다 벤허. 그가 바다에 빠진 로마 해군 사령관 퀸터스를 구하는 장면은 뮤지컬 ‘벤허’의 핵심 서사 중 하나다. 문제는 이 장면을 명확하게 전달하기에 무대에 한계가 너무 컸다는 것. 고심 끝에 제작진은 홀로그램ㆍ특수 영상으로 무대 위에 바다를 재현했다. 반 투명 스크린에 유다가 수중으로 몸을 던지는 영상을 쏴 관객과 배우가 함께 바다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 것이다. 물을 헤집는 유다의 몸짓과 바닷속으로 점차 가라앉은 퀸터스의 모습이 실제 상황인 듯 전달된다. 영상의 생동감을 위해 배우들은 20번 이상 물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창작뮤지컬 ‘벤허’가 배우들의 열연과 높은 수준의 앙상블, 다양한 무대 특수효과 등으로 완성도를 높여 돌아왔다. 왕용범 연출가를 필두로 꾸려진 이 작품은 2017년 초연 당시에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과 앙상블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선 1880년 발표된 루 월러스의 동명소설 속 방대한 서사를 유기적 넘버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소설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들이 서사를 과도하게 축약하거나 원작과 너무 동떨어지게 재해석하면서 전달력을 떨어뜨리는 오류를 피해간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초연 당시 서사와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14곡의 넘버를 추가해 명쾌함을 더했다.

뮤지컬 ‘벤허’의 바다 위 장면. 옅은 가림막에 홀로그램 영상을 쏴 무대의 한계를 너머 생생함을 더했다.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무대를 채우는 앙상블도 눈여겨볼 만 하다. 강인한 군인부터 노역으로 피폐해진 노예, 가녀린 몸짓으로 귀족들을 만족시키는 무용수 역까지 결이 다른 역할들을 막힘 없이 해낸다. 초반에 등장하는 군사들의 기무 장면에서는 앙상블이 온 힘을 다해 기를 휘젓는 소리가 들려 무대가 압도된다. 유대의 로마 총독 빌라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추는 중성적인 춤은 각이 잡힌 군사들과 대비돼 오묘한 긴장감을 준다.

극의 절정을 달리는 전차 경주 장면은 초연 때부터 화제를 뿌렸다. 유다와 상대역 메셀라가 실제 크기의 말 인형이 이끄는 전차에 올라 승부를 다투는 장면이다. 관절과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여덟 마리 말이 등장하고 무대가 원형으로 빙빙 돌면서 박진감을 더한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전차 경주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생물학 박사들의 자문을 여러 차례 구해 말 인형을 완성했다고 한다.

뮤지컬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 빙빙 도는 무대 위 실제 크기의 말 인형이 움직이며 생동감을 더한다.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무대의 한계를 홀로그램 등 특수영상으로 극복한 점도 완성도를 높인다. 배우의 모습이 보이면서도 영상 효과를 덧대 표현할 수 있는 반 가림막을 활용했다. 노예들이 배 위에서 바다를 저어갈 때 영상으로 뱃머리의 움직임을 표현한다든가, 전차 경주 장면의 속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경기장 모양의 배경 영상을 빠른 속도로 이동시킨다.

‘벤허’는 국내 창작뮤지컬에 실망한 경험이 있는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좋은 위로가 될 듯하다. 주연 유다 벤허 역엔 민우혁과 박은태, 카이, 한지상이, 벤허의 친구이자 원수인 메셀라 역엔 박민성과 문종원이, 벤허 가문의 집사 딸로 서사의 중심을 잡는 에스더 역엔 린아와 김지우가 이름을 올렸다. 공연은 10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