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들이 16일 주식시장에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시행된 신외부감사법(외감법) 등의 영향으로 회계감사가 깐깐해 지면서 회계감사가 기업 주가에도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미래SCI(-29.95%), 핸디소프트(-29.91%), 디에스티(-29.9%)가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센트럴바이오(-25.09%)와 오파스넷(-23.78%)도 낙폭이 컸고, 에이아이비트(-8.27%)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지난 14일 반기보고서 제출 마감 결과, 비적정(한정ㆍ부적정ㆍ의견거절) 검토(감사) 의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비적정 의견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감사의견이 확정돼 주식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앞선 6곳을 포함해 ‘인보사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코오롱생명과학도 이번에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기업의 회계 감사인은 감사 결과물인 보고서에 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제대로 표시됐을 경우 ‘적정’ 의견을 부여한다.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것은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있었거나, 자료 부족 등으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에 비적정 의견을 새롭게 받은 7곳 외에도, 상장폐지사유가 있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던 19개 상장사도 반기 감사의견에서 비적정을 받았다. 심지어 관리종목 기업 8곳은 감사보고서 자체를 제출하지 않았다. 거래소가 상반기를 기준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곳은 모두 35곳으로, 지난해 대비 52%나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곳들이어서, 회계감사가 기업 영업에 지장을 주는 변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지코’가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새롭게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고 회계처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감사 기준이 강화된 신외감법이 시행된 이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18회계연도 상장법인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 수는 모두 43곳으로, 전년도(32곳)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신외감법 시행으로 감사 대상이 늘어난데다, 엄격한 감사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회계사들이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감사의견을 받으면서 결국 매각에 이르는 회계대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기 별 실적과 달리 감사의견은 투자자가 예상할 수 없는 변수여서 결과가 나오면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신뢰성 지표로서 감사의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장ㆍ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 경기침체(Recessionㆍ리세션)에 대한 공포가 드리우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8%, 코스닥은 0.9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