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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불어닥친 태극기 바람… '반일 종족주의' 순식간에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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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불어닥친 태극기 바람… '반일 종족주의' 순식간에 동났다

입력
2019.08.16 16:29
수정
2019.08.16 17: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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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5일 서울 중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판매되고 있다. 안하늘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5일 서울 중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판매되고 있다. 안하늘 기자.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가, 하필이면 8ㆍ15 광복절이 낀 주에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섰다.

16일 교보문고가 집계, 공개한 8월 둘째주(7~13일) 베스트셀러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종합1위에 올랐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이 책의 집필진들이 북콘서트를 열고,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란이 일면서 인터넷서점이나 인문 분야에서 1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종합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1위 등극은 극우 단체들의 태극기 집회 덕으로 보인다. 집계기간(7~13일) 중이던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10만명(집회 측 추산)이 참여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집회 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이 책을 사갔다. 이런 흐름은 지난 15일 광복절에도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몰려들면서 판매대의 책은 순식간에 동났다. 다른 매장에서 부랴부랴 책을 가져온 교보문고는 아예 이 책을 계산대에다 가져다 놓고 팔기도 했다.

태극기의 영향력은 이 책 구매자의 연령과 성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인문사회 책은 보통 ‘30~40대 여성’이 주 소비층인데, ‘반일 종족주의’는 60대 이상 남성이 23.4%로 가장 많았다. 50대 남성이 18.4%, 40대 남성이 14.9%로 뒤이었다. 구매자의 73.5%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고, 73.8%는 남성이었던 셈이다.

태극기 집회 참석 차 경남 밀양에서 왔다는 이형우(62)씨는 “이영훈 전 교수의 유튜브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서점에 왔다"라며 "이 책이 지금 한일간 역사관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인 회사원 이유림(33)씨도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불만이 많은데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 못지 않게 호기심도 작동했다. 홍성근(59)씨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홍준표 전 대표 등이 이 책을 두고 얘기하길래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사본다”고 말했다. 지한파 일본인 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은 “보수층의 위기감이 극단으로 치달아 간 셈인데, 책을 사기보다는 어떤 내용인지 잠깐 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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