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문점 만남 뒷얘기에 ‘북미 핫라인’ 시사… 전문가들 “감정 위험”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트윗으로 만남을 제안한 지 10분만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면, 미국과 북한 정상간 핫라인이 구축돼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북미간 소통을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지역라디오방송인 WGIR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大阪)에 있다가 한국으로 날아갈 때, 북한 바로 옆, 국경 근처인 한국으로 간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김정은에게 연락할 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으로 간다. 당신이 잠시 나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만나자'는 트윗을 올렸고 그(김정은)가 10분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건 가장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그리고 우리는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건 나에게 의사소통을 하는 엄청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언급은 남북이 전용 연락회선을 통해 핫라인을 구축한 것처럼 북미간에도 핫라인이 만들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몰라 트윗으로 제안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자체가 북미 핫라인과는 배치된다. 핫라인이 구축됐다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수차례 공개하며 북한과의 소통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이를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에도 “나는 그(김정은)에게 직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줬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면서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말해 북미 핫라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이후 북미 정상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청 등 보안 상의 문제로 김 위원장이 일반회선으로 미국에 전화를 했을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말 트윗으로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을 당시에도 “북한으로부터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김 위원장으로 특정하지 않고 “그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자가 미국 측에 접촉해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한 것을 다소 과장해서 ‘김 위원장이 10분만에 전화를 했다’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북미 정상간 핫라인 가능성에 대해 국내 정보통신(IT)업계에선 도감청 우려 등을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휴대폰 등을 이용한 일반적인 국제전화는 교환기 공격을 통한 해킹 우려가 크다”라며 “핫라인이라 불리는 직통전화는 수만㎞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bl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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