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확전을 자제한 것은 긍정 평가하면서도, 한국 측이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전했다. 동유럽을 순방 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도 이와 관련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조치가 우선돼야 하고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고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순방 중인 세르비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3일부터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을 순방하고 있다.
그는 한국 측과의 외교적 협의에 대해선 “외교장관 회담을 비롯해 외교 당국 간 상당히 밀접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장관은 오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참석을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와 관련,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제스처로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이번 갈등을 촉발했던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한계로 거론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이후 향후 태도를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인데, 고노 장관의 발언처럼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싼 시정조치를 꾸준히 한국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의 입장은 일관되며 징용공(강제동원) 문제에서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공은 한국 측 코트에 있다”고 전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선 한국 측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일본 정부 내에선 ‘실질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문 대통령의 축사는 한일 현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배되며 일본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사법부 존중을 강조하면서 대응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양국이 수출 규제를 둘러싼 갈등을 벌이고 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 검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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