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국 변호사 인터뷰
“조사받으며 계속 성폭행 주장 체포 때도 ‘제가 당했는데요’ 말해”
“전남편 성폭행·살해 사실을 현 남편에 숨기고 싶어 했다고 봐”
지난 6월1일 오전 10시 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연합뉴스

“증거기록을 살펴보니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다. 충분히 다퉈봐야지 선처를 구한다며 끝낼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16일 고유정의 변호인 남윤국(42) 변호사는 물러설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유정에 대한 비난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2일 첫 공판 때 “전 남편의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성관계 요구로 인한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다. 비난은 곱절로 늘었다. “남녀 편가르기로 치닫는 젠더 전쟁에 기대려는 전략”이란 비판, “설사 그 주장이 맞다 해도 살인ㆍ유기 그 자체로 이미 중형을 피할 수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남 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충남 서천 출신인 남 변호사는 대원외고, 서울대 독문과를 거쳐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지난 9일 선임계를 냈다.

남윤국 변호사. 남윤국블로그 캡처.
-블로그 등에서 ‘고유정 사건에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했다.

“첫 재판 뒤 ‘고유정이 소설을 쓴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도 재판을 하는 사람들이다. 제가 보기엔 고유정은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하고 있고, 재판부가 믿을만한 증거도 있다. 그 부분을 재판에서 밝히겠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진실이란.

“고유정은 여섯 차례에 걸친 신문조서에서 시종일관 성폭행을 주장했다. 청주 아파트에서 체포될 때도 ‘제가 당했는데요’라고 말하지 않던가. 수사기관은 이 이야기를 무시했다. 트라우마로 고유정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파편화된 상태였는데 경찰이 진술을 이끌어내려 하지 않았다. 성폭행 부분이 조사됐다면 수사 결과가 조금 달랐을 것이다.”

-고유정 주장은 강간인가, 강간 미수인가.

“그 부분은 재판에서 정확하게 밝히겠다. 고유정이 현 남편에게 보여준 문자엔 ‘성폭행 미수와 폭행으로 고소하겠다’고 되어 있다. 보통 피해자들은 성폭행 미수를 당했어도 성폭행으로 고소할 것이라 말한다. 성폭행 미수는 법률 용어다. 나는 고유정이 성폭행을 당하고도 그 사실을 남편에게 숨기고 싶어했다고 본다.”

-시신 훼손도 우발적인 건가.

“현 남편과의 관계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 상태 속에서 벌어진, 2차 범행이라 생각한다. 고유정은 성폭행과 살해 사실을 현 남편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궁지에 몰린 사람의 선택인 측면도 있다.”

-경찰은 계획 살인으로 본다.

“사람들은 고유정을 굉장히 영악하고 똑똑한 악녀로 여긴다. 거기다 부자집 딸이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고유정을 판단한다. 하지만 내가 본 사건기록과 고유정의 행동은 오히려 즉흥적이다. 정신 없어 보일 정도다. 생각해보면 범행 당일 전 남편을 만나는 건 모두가 다 안다. 그런데도 똑똑하다는 악녀가 그날 범행을 저지른다. 이 외에도 우발적이란 근거는 많다. 법정에서 밝히겠다.”

-고유정은 죄가 없나.

“그런 의미가 아니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선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자신의 행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간 언론을 통해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고유정에 대한 비난은 부당한가.

“지나치게 빨리 악마화시켰다. 왜곡된 성의식을 지닌 한 남성의 폭력 앞에서, 어렵게 얻은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다가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과정이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왜곡된 남성의 성적 가치관이다.”

-어떻게 사건을 맡게 됐나.

“아는 사람을 통해 연락 받았는데 기록을 보니 알려진 것과 많이 달랐다. 충분히 다툴 만하다고 봤다. 이렇게까지 많이 비난 받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사건을 맡았으니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모든 사건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변호사의 일이라 생각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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