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위구르계 미국인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중국 정책 담당자로 임명했다고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무역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아킬레스 건인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FP는 이날 전현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위구르 출신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엘니가르 일테비르를 최근 백악관 NSC에 합류시켰다고 전했다. 일테비르는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의제 중 하나인 중국 정책을 보좌하는 일을 맡게 된다. FP는 “그의 업무엔 통상, 군사, 인권 문제와 관련한 일이 포함된다”면서 “중국 신장 지역에서 온 그의 가족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테비르는 조지워싱턴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나온 뒤 2015년 메릴랜드대에서 국제안보 및 경제정책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을 지휘하는 백악관 NSC에 소수민족 출신이 등용된 것만도 눈에 띄는데,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위구르계를 중국 정책 담당 자리에 앉힌 것은 그야말로 중국 내 핵심 갈등 사안을 정조준한 전진 배치라는 해석이다.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요충지이지만, 주민 절반이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으로 분리 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아 ‘중국의 화약고‘로 불린다. 특히 중국이 위구르족의 독립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각종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중국과 서방세계 간 긴장도 고조돼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위구르족 인권 탄압 상황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우리 시대 최악의 인권 위기의 본거지다”며 “이는 진정으로 세기의 오점”이라고 맹비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인권 탄압 주장은 중상모략”이라면서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 왔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진전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뒤로 미루고 협상용 지렛대로 활용해 온 측면이 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6월 인권 남용과 연루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6월말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이를 철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엠네스티의 프란시스코 벤코즘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FP에 “위그로계 임명은 NSC에 다양성과 통찰력을 부여할 수 있는데, 진정한 시험은 트럼프 정부가 위구르 사회를 지원하는 정책을 끝까지 수행할 것이냐 여부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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