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주공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방안 발표로 서울 아파트값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악재를 만난 주요 재건축 단지는 가격이 수천만원씩 뚝뚝 떨어지는 반면, 신축 아파트 단지는 호가가 뛰면서 집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도 거둬들이는 지경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초 19억7,000만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가 19억원 수준으로 7,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전용 76㎡ 역시 18억원에 팔겠다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17억6,000만원으로 4,000만원 낮추며 급매물을 내놓았지만 매수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달 초만 해도 매수 문의는 넘치는데 물건이 없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도 최근 18억7,000만원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말 19억2,000만원에 팔렸고 지난달 초엔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지만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구체화하자 이달 초 19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심리적 저지선’인 19억원마저 무너진 셈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원당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강동구 둔촌주공 전용면적 51㎡의 호가 역시 12일 하루 만에 13억7,000만원에서 13억2,000만원으로 최대 5,000만원 하락했다.

이 같은 ‘재건축 대장주’ 단지들의 가격 하락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사업 지연 가능성은 커지는데다, 조합원 분담금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발표 당일인 지난 12일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전국 주간 아파트값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오르며 상승폭이 전주(0.03%)보다 축소됐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4구의 아파트값 상승률(0.03%)이 전주(0.05%)보다 더 많이 줄었다.

반면 재건축 물량 감소로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거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의 몸값은 지난달부터 치솟고 있다. 2016년 준공한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실거래되며 두 달 전인 5월(20억7,5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는 전용 84㎡ 호가가 23~25억원에 형성돼 있는데,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개포동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매수 문의는 뚝 끊긴 반면, 신축 아파트는 매수 문의 전화는 많은데 집주인들은 속속 매물을 거두면서 호가만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입주 3년차인 신정동의 목동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이달 12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달 초 동일면적ㆍ층의 실거래가(11억2,000만원)보다 8,000만원 뛴 것이다. 호가 역시 13억원으로 올랐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동산값 상승의 ‘선발대’ 역할을 하던 재건축 단지 가격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일반 아파트값도 상승이 제한될 걸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신축이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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