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바뀐 것을 보고 받고도 즉시 공표하지 않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인보사 투약 환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인보사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보사 투약 환자 A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식약처를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 코오롱티슈진,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을 상대로 5,823만6,63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인 A씨는 지난 3월 22일 왼쪽 무릎에 인보사를 투약하는 수술을 받았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라는 인보사 투약 수술비는 무려 823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 후 불과 9일 뒤 인보사 주요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접했다. 이날 식약처는 “인보사 주성분 가운데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돼 인보사에 제조ㆍ판매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성분은 연골유래세포로 허가를 받았으나,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 측은 “미국 임상실험에 사용된 세포와 국내 제품 세포의 제조처가 달라 두 세포가 같은 세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식약처가 위험성을 즉각 알리지 않는 바람에 실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최덕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씨는 인보사 치료 전보다 통증이 더 심해졌고, (종양 발생) 부작용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식약처가 코오롱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즉시 판매 중지를 하지 않더라도 인보사를 처방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관에 성분 변경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사례는 A씨뿐만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22일부터 31일 사이 인보사가 환자들에게 추가 처방된 건수는 72건에 달한다.
다만, 소송 절차가 간단치는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A씨가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으려면 의약품 안전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식약처가 작위 의무(법적인 의무)가 있는 행위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서영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대표(변호사)는 “식약처는 성분 변경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뒤 제조ㆍ판매중지 처분을 하기 전까지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일반적인 행정절차보다 유난히 지체된 것인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면서 “당국의 대처 지연으로 인해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부작용)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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