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및 경남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지난 12일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안을 발표하며 적용지역 결정권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위)에 넘겼지만, 시장에선 주정심위가 결국 정부 입맛대로 통제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원 절반 이상이 정부 부처 또는 산하 기관 인사로 채워져 있고 회의 결과는 철저히 비공개이다 보니 위원회 결정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킬 거란 이유에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향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투기과열지구라는 필수 요건과 더불어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평균 5대1 초과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 가운데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정량요건을 충족시켰다고 분양가상한제가 자동 적용되는 건 아니다. 주정심위가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하는 등 적용 지역과 시기를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시장에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주정심의 판단이 결국 정부 뜻대로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비판적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정심위원 과반이 정부 측 인사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주정심위는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당연직(위원장 포함) 13명의 자리가 기재부 등 관계부처 차관(9명),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 토지주택공사(LH) 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으로 채워진다. 위촉직 11명은 교수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지만 국토부 장관이 위촉권을 쥔 터라 정부가 인선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다. 관할 지역의 시ㆍ도지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택지개발을 심의하는 경우에만 한정돼 있다.

회의 과정도 비공개다. 주거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무려 20여 명이 참여하는 회의지만 개최 시기, 참석 위원, 회의 과정 및 내용 등 핵심 사항이 비공개거나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 민간 위원의 명단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구성 및 역할.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렇다보니 주정심위 심사 과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데다, 심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방법마저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주정심위 회의 자체가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지난해 집값 급등기에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정량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주정심위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주정심위 회의는 총 11차례 열렸는데, 대면회의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서면심의로 대체됐고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현 정부 이전인 2013년부터 따져봐도 그동안 열린 30여차례의 주정심위에서 모든 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주정심위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거 정책과 연관성이 낮은 부처의 참여는 제한하고, 회의 과정 역시 공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위원 역시 정부를 견제하며 시장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의 주정심위는 사실상 정부 정책에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주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적 수용도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 비중을 훨씬 높이고 회의 결과를 수요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정책적 일관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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