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 11개국 24개 도시에서 동시진행 
 27년째로 1400회 맞은 수요집회 日대사관 앞 2만명 운집 사상 최대 
[HL1_3160] [저작권 한국일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00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우리가 증인이다’ 등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배상하라.”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 옛 일본대사관 앞에 운집한 2만여명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정기 수요집회 장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주변 율곡로는 집회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리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노랑나비와 ‘우리는 역사를 잊지 않았다’ ‘우리가 증인이다’ 는 등의 구호를 담은 손팻말의 물결로 뒤덮였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이날 수요집회는 통산 1,400번째로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맞물려 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 수요집회는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이후 이듬해부터 시작돼 27년째를 이어오고 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김복동 할머니,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선배님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이곳에서 소중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고, 오늘 그 외침을 이어받아 세계에서 함께 외친다”고 선언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공개한 날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만든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 행사는 서울과 국내 도시는 물론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세계 11개국 24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서울 종로 집회는 인권을 향한 국제연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필리핀, 대만, 호주, 콩고 등 세계 각국 전시 성폭력 생존자와 시민들이 영상을 통해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북한 단체인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조대위)‘의 연대 성명도 발표됐다. 일본 고베시에서 대학을 다니는 재일교포 이여윤(23)씨는 “재일교포로서 역사를 배우고 언어를 배워야 자기 말로 잘못된 역사에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을 기리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0) 할머니는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분단선 건너 북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각국 피해자들의 ‘Me Too’를 이끌어냈고,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 전세계 시민들의 ‘with you’를 만들어냈다”며 “그럼에도 가해국 일본정부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법적책임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평화헌법 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국 일본 정부에는 △전쟁 범죄 인정 및 법적 책임 이행 △역사 교육 △평화비 건립 방해 행위 중단 등을, 한국 정부에는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 이행 적극 촉구 △피해자들 인권과 명예회복 위한 정부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슬픔이 희망으로 승화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할머니들이 계셔서 우리도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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