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 결과에도 주민들 ‘믿을 수 없다’, 불안함에 필터 대신 물티슈로 검사하기도
경북 포항에서 수돗물 이상 신고가 9일 만에 400건을 넘어섰지만 포항시 수질검사에는 문제점이 나오지 않는 등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당장 구하기 어려운 필터 대신 물티슈로 몇 시간씩 수돗물 상태를 살펴보는 실정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5~13일 수돗물 이상 신고는 433건이 접수됐다. 이중 22건이 ‘흐린 물이 나왔다’고 신고했고, 나머지 397건은 ‘각 가정의 개수대와 샤워기에 설치한 수도 필터의 색이 급격하게 변했다’는 내용이다. 대개 수도 필터의 교체 시기는 설치 후 1, 2개월 후다.
수돗물 이상 신고가 접수된 433건은 모두 남구 연일읍 유강정수장의 물을 받아 쓰는 지역으로, 피해 가구 대부분이 오천읍 일대로 집중돼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0, 11일 접수된 피해 신고 46건 가운데 35건의 시료를 경북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일 유강정수장을 비롯해 정수장 물을 받는 79곳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구리 아연 알루미늄 망간 철 탁도 등 6개 먹는 물 기준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포항시가 수돗물 이상 신고를 한 가정의 물도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필터 변색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포항 오천읍 한 주민은 “수도 필터를 교체하고 몇 시간 만에 누렇게 변하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어떻게 물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문제가 불거지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적합 판정이 나왔다는 말만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당장 필터를 구하지 못해 물티슈로 수도꼭지를 감싼 뒤 장시간 물을 틀어 놓고 변색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상수도가 운영되고 수질 상태도 정상으로 나왔지만 수돗물 필터가 변색되는 시간이 현저하게 빨라 원인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피해 건수의 시료도 계속 검사를 의뢰하고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 불안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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