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령해 사용한 것은 횡령”… 日정부 상대 손해배상과는 별도 진행
일제 강제징병 피해 유족 대리인 심재운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징병 피해자 유족 83명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이 받은 대일청구권 금액을 징병자 보상에 사용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나섰다. 위안부 피해자 구제에 소홀했던 국가의 부작위를 위헌으로 판단했던 헌재가 이번에도 국가 책임을 인정할지 주목된다.

일제 강제징병 피해자 유족 이주성(78)씨 등 83명은 14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령한 대일청구권자금을 유족에게 보상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유족들은 “강제징병된 피해자들은 대일청구권자금에 대한 직접적인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해버렸다”며 “이는 국가가 강제징병 피해자들의 목숨값을 횡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미화 3억달러를 전달했는데, 협정 당시 한국 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8개 피해보상 목록에는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 보상’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강제징병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은 “우리가 받은 보상금은 1975년과 2010년 각각 30만원, 2,0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나라에서 가져다 썼기 때문에 국가에서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라도 대일청구권자금 중 강제징병 피해자들의 몫에 해당하는 부분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족들은 대일청구권자금 반환과 일본 정부의 불법적 징병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는 별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족들이 추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의 무책임한 대일외교로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내자 헌재는 2011년 국가의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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