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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정한 광복과 평화경제

입력
2019.08.1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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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필체를 모아 만든 이번 광복절 정부경축식 표어. 행정안전부 제공
백범일지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필체를 모아 만든 이번 광복절 정부경축식 표어. 행정안전부 제공

우리는 광복 이후 74년째 대결과 불신, 갈등의 분단 체제에 갇혀 지내고 있다. 역대 정권들은 한결같이 진정한 광복은 평화와 통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은 더 요원해 보이고, 남북 간 평화공존마저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정은 정권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연일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대남 비판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이후 남북 정상 간 회담과 회동이 네 차례, 북한과 미국 정상 간 회담과 회동이 세 차례나 이뤄졌지만 평화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74년 동안의 롤러코스트같았던 남북관계 부침을 회고하면 지금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2017년 이전까지 우리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극도의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2018년 기적과 같은 화해와 평화의 장을 다시 만들어냈다. 남북은 ‘전쟁 없는 한반도’의 서막을 열었고, 비핵화의 실천적 조치에 대해 합의했다. 지금 북미 간 비핵화 협상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도 냉각 국면을 이어 가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교환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고, 북미 실무자 간 접촉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이견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자체가 ‘과정’임을 고려하면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상호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공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하고,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진전시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정착을 통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를 공고히 다지면서, 나아가 평화가 경제가 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 대내외 상황들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주저앉으면 우리는 다시 깜깜한 터널로 들어가 정치, 외교, 경제 모든 측면에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에게 경제발전은 핵무기 못지않게 정권유지에 필요한 요소다. 경제교류가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전쟁 가능성과 필요성을 크게 축소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유럽통합의 모체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중국-대만관계 사례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평화공존의 초석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경제협력이 촘촘하게 이뤄지고 강화될수록 과거의 대결적 질서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진정한 안보를 위해서도 북한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평화경제는 우리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일이며, 우리 자신의 번영과 미래를 위한 사업이기도 하다. 더불어 평화경제는 미국을 포함해 주변국들과 평화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형성함으로써 지속성과 확장성을 갖추게 된다. 어떤 합의가 이루어져도 하루아침에 백지장이 되고마는, 곡절 많은 남북관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북한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오늘 광복절이 갈라진 역사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남북관계를 지속가능한 발전의 궤도에 올리고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가는 데 필요한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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