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질환 상당수가 가벼운 질환 방치해 중증으로 이어져
대구 달서구에 사는 조창식(45)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 그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항상 주위를 살펴보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만의 특별한 습관이 생긴 이유는 몇 년 전 정신과에 들어가는 것을 본 지인이 ‘조 씨가 정신과에 다닌다’라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진료는 정신과 질환 230여 가지 중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 스트레스 등 경미한 질환이 대부분이다.”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와는 관계가 거의 없는 데다 가벼운 증상을 방치해 만성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대학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쇼터가 쓴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보면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과거에는 ‘정신병’을 사회격리로부터 분류하고 치료 방법도 비상식적이었다.
중세시대만 해도 의료인들의 의술은 형편없었다. 특히 정신과 질환 환자를 ‘악마가 환자의 머릿속에 있어 악마를 퇴치한다’며 마늘과 겨자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증상이 악화하면 더 무자비한 의술을 자행하고 결국 악마는 퇴치하지만, 환자도 목숨을 읽는 경우가 허다했다.
1865년 베를린대학 그리징거 교수가 정신질환을 뇌 질환으로 규정하고 치료법도 점점 구색을 갖추고 학문적인 접근과 사회적인 관점에 따라 치료에 대한 접근도 점점 세분되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정신질환 범주의 자체는 곧 정신병이라는 인식이 잘못된 편견을 만들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진료 중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한 가지가 ‘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 후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진단이 나와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면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길길이 날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 영역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불면, 화병, 공황장애 등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다.
문제는 가벼운 증상을 방치해 만성으로 이어지거나 중증으로 바뀌는 경우다.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초기에는 치료적 접근으로 쉽게 호전된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만성이 될 경우 일상생활이나 직장 생활에 심각하게 지장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 때문에 정신과적 치료의 가장 큰 치료법은 조기 치료와 주위 사람들의 인식변화로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적극성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심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적고,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에는 약물의 조절이 필요하고, 자의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불가능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는다. 나중에 직장 취업에도 지장이 있고, 보험 문제 가 있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도 큰 치료의 장애로 남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증 정신병의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의료법에서는 정신과뿐만 아니라 모든 의무기록이 특별한 법률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임의로 열람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사회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 보험 또한 마찬가지다. 보험회사의 특별하게 해당하는 중요 사유가 아닌 이상 통상적인 정신과 진료로 인한 큰 불이익은 없다.
김 원장은 “십 년 넘게 공황장애나 불면증 등의 질환으로 불편함을 겪다가 정신과 병원을 방문해 간단한 치료로 해결한 사례가 흔하다”며 “정신과를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이들이 찾는 곳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큰 치료제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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