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 제외와는 무관, 바이오업계 선도 기업 조치 파장 클 듯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원부자재를 전면 교체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며 영향을 받게 되는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어떤 식으로 확대될지 불확실한 만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탈(脫) 일본’ 방침에 민간이 호응한 것이어서, 대기업과 각 분야 선도 기업들이 대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13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셀트리온은 일본 기업에서 수입해온 원부자재 약 20종을 다른 국가의 기업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물량은 주로 독일,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으로부터 구입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미 비축해둔 재고를 소진한 뒤, 추가 구매 물량에 대해서는 완전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이러한 내부 방침을 비롯, 계약 진행 상황 등을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던 전략물자는 아사히카세이의 ‘바이러스 필터’ 1개뿐이었고,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구입처를 교체하겠다고 2일 예고했었다. 이번에 추가로 구매 중단을 결정한 약 20종 원부자재는 전략물자가 아니어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굳이 추가 조치를 취한 건, 당장 피해를 받지는 않더라도 일본의 최근 행태를 볼 때 향후에도 합리적 근거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일 무역 분쟁을 겪으며 일본발(發) 리스크가 제품 생산에 제동을 걸 수도 있겠다고 본 것”이라며 “공급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탈 일본’ 기조는 주요 부품ㆍ자재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문과도 닿아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한국의 미래먹거리를 겨냥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만큼, 3대 선도산업(반도체ㆍ바이오헬스ㆍ미래형자동차)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에 이어 셀트리온이 지원사격을 하는 모양새다. 특히 바이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을 바꾸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기에 (다른 기업들이) 당장 일본산 수입 중단을 하긴 어렵겠지만, 의사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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