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패한 후인 12일 기자회견장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예비선거에서 친(親)시장적 성향으로 분류된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이 좌파 후보에게 참패하면서 이 나라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예비선거 1위를 차지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10월 대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국가 개입주의적 경제정책인 ‘페론주의’를 부활시키며 보호무역주의 대열에 가세할 거란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13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핵심 주가지수인 메르발(Merval)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9% 폭락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장중 한때 30% 폭락하며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가 당국의 시장 개입 덕에 15% 떨어진 달러당 53.5페소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이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까지 이어진 2001년 경제위기 이래 본 적이 없는 동시다발적 폭락”이라고 평가한 이날 장세는 11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후보(득표율 47.7%)가 박빙 승부의 예상을 깨고 마크리 대통령(32.1%)에게 압승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대선 예비선거는 오는 10월27일 열리는 대선에 출마할 최종 후보를 추리는 과정으로, 득표율 1.5% 이상 기준을 충족한 6명이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정권교체 가능성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에 격렬하게 반응했다고 해석했다. 페르난데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인데, 그는 재임(2017~2015년) 중 복지 확대와 고강도 시장통제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사실상 고립시켰다. 그의 정치세력을 계승한 페르난데스 후보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ㆍ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 수정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 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해 IMF 구제금융 수령 이후 예고한 긴축정책도 페르난데스 당선 땐 뒤집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에드워드 글로소프 중남미 담당 연구원은 예비선거 결과를 두고 “좌파 포퓰리즘 귀환의 길을 닦은 것”이라며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70페소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리 대통령은 12일 시장 반응을 두고 “시장과 국제사회가 페르난데스 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주장했지만 떠난 민심을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리 정부 역시 경제 회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집권 이후 전임 정부의 환율 통제 정책을 폐지하고 외채를 적극 끌어들이며 경기 부흥을 노렸지만, 미국의 금리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지난해 신흥국 중 가장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투자자금 유출, 페소화 가치 폭락에 집권 3년간 5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마크리 정부는 결국 지난해 IMF로부터 5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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