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분당 사태가 자칫 선거제도 개혁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평화당을 탈당한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 10명이 ‘제3지대 빅텐트’라는 탈당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총선에서 살아 남으려는 총선용 이합집산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안정치연대가 바른미래당 호남계와 손잡고,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가 자유한국당과 합치는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선거제 개혁 등을 담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합의했던 여야 4당 공조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평화당 탈당 의원들은 대부분 ‘패스트트랙 반대파’로 분류된다. 당초 개혁 동참을 명분으로 여야 4당 공조에 동의했지만, 이후 선거제 개혁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이탈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패스트트랙 처리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바른미래당도 분당 수순을 밟고 있어 당론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의 정계 개편 시도가 늦춰지거나 무산돼 무소속 상태로 남게 되면 정당 지지율과 연동된 비례대표제 개혁에 참여할 동기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정치인들의 관심이 내년 총선에 집중되면서 선거제 개혁 법안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8월 말 활동 시한이 3주 앞이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1소위원장’ 인선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하며 공전을 거듭 중이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았으니 1소위원장은 한국당 몫이라는 주장은 형식 논리일 뿐 타당성이 없다. 현재의 정개특위는 작년부터 활동해 온 위원회 활동기한을 연장한 것이어서 소위원장 교체 사유가 없다. 줄곧 선거제 개혁을 반대해 온 한국당이 1소위원장을 맡겠다는 건 선거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민심(득표율)을 반영한 선거제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염원이다. 한국당은 더 이상 정개특위의 발목을 잡지 말고 정상적인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도 공전의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평화당 분당으로 촉발된 총선용 이합집산이 선거제 개혁을 망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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