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초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문재인 후보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이 자리에 함께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 후보의 개혁 정책과 의지를 적극 소개하면서 국회선진화법에 편승한 한국당의 몽니, 그중에서도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을 걸림돌로 꼽았다. 이어 “저희 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악의 동문 3위에 오른 분이 김 의원”이라고 공개 면박한 뒤 “1위는 우병우, 2위는 조윤선”이라고 덧붙여 국정농단 세력의 반열로 몰아붙였다. 김 의원으로선 무척 분했을 것이다.
□ 김 의원이 2년 만에 분을 풀 기회를 잡았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그 무대다.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 긴급 투입돼 ‘한방’ 날렸던 그는 엊그제 페이스북에 “조국은 내가 잘 안다. 지난여름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그는 페북에 최근 서울대생들이 뽑은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압도적으로 조 후보자가 올랐다는 기사와 도표를 인용하고 “2년 전 나보고 3위라고 걱정해준 적이 있는데, 이젠 서울대생들이 다 극우가 됐다고 (변명)할 건가?”라고 비아냥을 얹었다. ‘그 때 당한 일’을 앙갚음하겠다는 뜻이다.
□ 조 후보자에게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 조사는 꽤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닥치고 직진’해온 그가 호락호락 당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연말 국회 운영위에서 한국당을 머쓱하게 만든 맷집과 논리도 있다. 그는 법무부장관에 지명되자 이례적으로 회견을 자청해 ‘준비된’ 긴 소감을 내놓았다.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심정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면서 충무공의 ‘서해맹산’의 각오를 되살리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라는 거창한 수사를 붙인 것도 그만의 브랜드다.
□ 5ㆍ18 비하 망언의 중심에 있고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김 의원과, 촛불명예혁명을 이룬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 및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내세운 조 후보자는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부담도 클 것이다. ‘수구꼰대’와 ‘좌파꼴통’으로, 최악의 동문과 부끄러운 동문으로 서로를 비난해온 두 사람의 대결이 벼랑 끝 ‘진영 전쟁’으로 확대됐으니 말이다. 정국의 블랙홀이 된 ‘조국 카드’를 놓고 야당의 칼과 여당의 방패가 어떤 굿판을 벌일지 궁금하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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