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애니메이터, 영화평론가 잇따라 나서…사다모토는 “ADHD 탓” 변명했다 또 물의
한복 차림 에반게리온 등장인물 그림도 SNS서 공유
일본의 유명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 작가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평화의 소녀상’ 혐한 발언과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조차 손가락질에 나서자 사다모토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인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ADHD와 관련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본 만화 ‘에반게리온Q’ ‘공각기공대’ 등의 애니메이터 이노우에 토시유키는 앞선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표현의 부자유전’, 중지하는 것까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훌륭하게 표현을 부자유하고 있다는 점을 폭로한 것 같아 통쾌하다”며 “그 중에는 ‘더러운’ 본성이 드러난 동업자도 있어서 기분이 복잡하지만”이라고 썼다. 사다모토가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일본 내 반대 여론으로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을 ‘더러운 소녀상’이라고 비난한 것을 정면으로 비꼰 발언으로 보인다. 일본의 영화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 동상은 전형적인 한국인 소녀를 담담하게 묘사한 것”이라며 “그걸 쓰레기라던가 더럽다던가 매도하는 건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트위터에서는 사다모토의 혐한 발언에 대한 반발의 의미를 담아 만화 에반게리온 등장인물에게 한복을 입힌 그림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만화 ‘잘 자요, 세헤라자데’를 연재하는 시노후사 로쿠로우는 한복을 입고 소녀상과 비슷한 자세를 취한 ‘에반게리온’ 등장인물의 그림을 직접 그려 올리고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는 역시 귀엽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이 같은 그림을) 더 그리면 좋을 텐데”라고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른 일본 누리꾼은 과거 한국에서 발매됐던 에반게리온 등장인물의 한복 차림 그림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이런 그림을 (한국에서)판매할 때는 언제고, 차별적인 발언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다모토는 자신의 발언을 지적한 마치야마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ADHD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아무런 생각 없는 발언”이라면서 “어떤 말을 해도 변명이 되니 닥치고 비판도, 딱지 붙이기도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위안부가 아니라 미군 자동차에 치여 죽은 소녀를 묘사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사다모토는 이어 1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국적 차별이나 여성 멸시라는 자각이 없었다”며 “회사 내 친구나 후배, 상사까지 한국인이 있지만 모두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 의식하지 않고 사이 좋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해명에 비판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자신을 정신과 의사라고 밝힌 한 일본 누리꾼은 “ADHD가 있는 사람들은 부주의하게 혐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는 트윗은 하지 말라”며 “내 환자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했다.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는 “ADHD가 아니라 DHC가 원인이 아닐까”라는 촌철살인의 발언을 내놨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한국에 대한 ‘혐한 방송’으로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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